홈팀 선발 유희관 오전 11시 반 소식 접해 경호상 관례따라 선수들 덕아웃으로 철수 일정 취소 대비 4차전 시구자 대기하기도 KS 야구점퍼·태극마크 글러브 착용 눈길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시리즈(KS) 시구자로 깜짝 등장했다. 경기 당일 오전에야 확정된 대통령의 시구는 특별한 의미와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KS 3차전을 앞둔 27일 오전 잠실구장. 박 대통령이 시구를 하기로 결정됐지만, 경호상의 문제로 외부에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 무렵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은 이미 박 대통령의 시구를 알고 있었다.
● 유희관은 대통령의 시구를 알고 있었다!
홈팀 선발투수는 보통 주심과 함께 마운드에서 시구자를 맞이한다. 이날은 상황에 따라선 대통령 바로 곁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유희관은 경기 전 구단 프런트와 자신의 동선을 의논했다. 유희관은 “난 그냥 덕아웃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인사를 하지?”라며 싱글벙글 웃었다. 주위에서 ‘악수라도 한 번 해라. 언제 또 기회가 있겠느냐’고 하자 “경호원들에게 혼난다”며 웃었다. 그러나 경호상의 관례에 따라 박 대통령이 시구를 할 때 유희관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은 모두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 조용한 경호, 그리고 예비 시구자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는 2003년 대전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야구장 출입카드를 지니고 있지 않던 김응룡 삼성 감독이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는 등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잠실구장을 처음 찾은 27일에도 수십여 명의 경호원이 구장 곳곳을 살피기는 했지만, “설마 대통령이 오는데 경호가 이 정도이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용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팀은 철저했다. 심판 제복을 입은 요원이 마운드 근처까지 동행해 근접경호를 했다. 경호상의 문제로 대통령 시구가 취소될 경우에 대비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4차전 시구자가 잠실구장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 태극기 글러브와 국가대표 모자
장내아나운서가 시구자로 박 대통령의 이름을 발표하자,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관중은 큰 환호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KOREAN SERIES’라고 적힌 야구점퍼와 태극마크가 새겨진 글러브를 끼고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구 후에는 두산 포수 최재훈에게 기념구를 건네받은 뒤 나광남 주심, 삼성 류중일 감독 등과 악수를 나눴다. 이후 중앙 스탠드로 이동해 특별 초청된 언북중학교 야구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고, 3회 조용히 잠실구장을 빠져나갔다. 관중석에선 ‘K’라고 적힌 야구대표팀의 푸른 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약 2주 전 대통령의 시구를 부탁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이 왔다. 그러다 오늘 아침 시구를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연락이 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는 이번이 역대 5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