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코너워크 스마트 피칭 주효 “난 던질수록 강해진다”…PS 역대 최다 11번째 세이브
3루 쪽 관중석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어지는 철벽 마무리의 테마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굳게 다문 입술로 마운드에 오른 ‘돌부처’ 오승환(31·삼성)은 가볍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본인의 한국시리즈(KS) 통산 9번째 세이브(역대 최다)였다. 오승환은 포스트시즌(PS) 통산 11번째 세이브(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구대성(10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오승환을 앞세운 삼성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두산을 3-2로 꺾고, 2패 뒤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양 팀의 4차전은 28일 오후 6시 역시 잠실에서 펼쳐진다.
● “나쁜 일은 빨리 잊어야 한다!”
오승환은 25일 대구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4이닝 8탈삼진으로 역투했다. 본인의 PS 최다이닝 투구 타이였다. 투구수는 무려 53개. 6연속 탈삼진으로 KS 최다연속 탈삼진 타이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눈부신 호투에도 불구하고 연장 13회초 두산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오승환은 27일 “패전투수가 기분이 좋았을 리가 있었겠나? 삼진을 많이 잡았다고 해도, 실투 하나에 패전투수가 됐으니 난 진 거였다”고 당시 기분을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나쁜 일은 빨리 잊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며 심리적 재정비의 과정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 “마무리투수는 하루만 쉬면 된다!”
오승환은 53개의 투구 이후 단 하루만 쉬고 27일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구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25일 오승환은 53개 중 40개의 직구(스트라이크 29개·147∼153km)와 13개의 슬라이더(스트라이크 7개·139∼145km)를 던졌다. 27일에는 투구수 17개 중 직구가 10개(스트라이크 6개·151∼153km), 슬라이더가 7개(스트라이크 4개·144∼146km)였다. 2·3차전에서 구속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는 하루만 쉬면 된다. 시즌 때도 3경기, 4경기 연속 나간 적 있기 때문에 계속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일(28일 4차전)도 50개 이상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단 3차전에선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고, 좌우 코너워크에도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실투가 없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설명했다.
● “난 던질수록 강해진다!” 통산 5번째 헹가래 투수 다짐
일본프로야구의 명장 노무라(라쿠텐 명예감독)는 우승팀의 10가지 조건을 꼽으며, 첫 번째로 믿음직한 마무리투수의 존재를 언급했다. 오승환이 데뷔한 2005년 이후 삼성은 총 4차례 KS 우승(2005·2006·2011·2012년)을 차지했다. 삼성이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4번의 순간, 마운드 위에는 항상 오승환이 있었다. 2번(2005·2011년)은 KS 최우수선수(MVP)였다. 일본에선 우승을 확정지을 때 마운드를 지킨 투수를 ‘도아게(헹가래) 투수’로 부르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만약 오승환이 올 시즌 종료 후 해외 진출에 도전한다면, 2013년 KS에서 ‘헹가래 투수’는 더 간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는 “내년 거취는 KS가 끝나면 속 시원하게 답이 나올 것 같다. 지금은 KS만 생각하고 있다. 마무리투수로서, 올 시즌에도 우승 순간 헹가래 투수가 되고 싶다. 난 연투를 하면 더 잘 되는 스타일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며 5번째 우승 반지를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