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의 황선홍 감독(45·사진)은 19일 대한축구협회(FA)컵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27일 구단과의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황 감독은 “시련이 있었기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고 말했다.
황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 부산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황 감독은 2008년 14개 팀 중 12위에 그쳤고, 2009년 12위, 2010년에는 8위를 기록했다. 부산과의 재계약은 없었다. 스타 선수 출신이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실패한 감독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황 감독은 “선수에게 맞는 옷인가 판단하기 전에 모든 것을 나에게 맞췄던 것 같다. 경험도 부족했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되돌아봤다.
부산과 결별한 뒤 황 감독은 선수 시절 자신의 친정팀이었던 포항의 부름을 받아 2010년 11월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이번엔 달랐다. 2011년과 지난해 포항을 K리그 3위에 올려놨고 FA컵 우승(2012년)까지 차지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리그 중반 팀이 10위까지 떨어지자 경질 이야기가 나왔다. 황 감독은 “당시 소문을 들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올해 포항은 구단의 재정 사정 탓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황 감독은 “원해서 외국인 선수를 안 뽑은 것이 아니다. 구단 사정과 상황을 고려했다. 어려움은 당연히 있다”고 토로했다. 황 감독은 “내년엔 외국인 선수를 뽑을 상황이 된다면 뽑겠다”고 말했다. 포항은 28일 현재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 시절에도 리그 우승을 경험해 보지 못한 황 감독은 “당연히 욕심이 난다. 선수들이 노력한 것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선수 땐 나 혼자 잘하면 됐지만 감독은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매해가 위기라고 밝힌 황 감독은 스트레스와 압박감 속에서도 대표팀 감독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감독 생활도 선수 때처럼 마무리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한때는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선수였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뒤 달라진 평가를 받았잖아요. 앞으로의 지도자 생활도 순탄하진 않겠지만 마지막엔 좋은 평가와 함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끝이 대표팀 감독이면 더욱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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