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앓는 소리만 했다. 그러나 아무도 ‘죽음’을 외치지는 않았다. 숨겨놓은 카드 한 장이 금방이라도 판세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은행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은 “전력누수가 심각하다”, “준비가 덜 됐다”, “상대 팀이 더 강하다”며 엄살을 떨었다.
엄살 릴레이를 시작한 건 지난해 챔피언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었다. 그는 “올 시즌은 현대캐피탈이 1강,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2중, 우리를 포함한 나머지 4팀은 도긴개긴”이라고 올 시즌 판도를 전망했다.
그러자 ‘여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1강에 지목을 받아서 부담도 되고 기분도 좋다.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에이스 문성민이 참가를 하지 못하는데 이 부분에 부담감이 있다”며 ‘겸손 바통’을 받았다.
다음 주자는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이었다. 그는 “대한항공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현대캐피탈이 4강”이라며 “우리는 일단 최선을 다해 4강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IG손해보험 문용관 감독도 “우리는 겸손하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며 몸을 낮췄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아 아직은 팀 색깔이 모호하다. 달라지는 모습으로 다가갈 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갔던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 역시 “지고도 박수 받는 경기가 있다. 승리를 목표로 하되 박수 받는 경기를 하겠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와 함께 감독 데뷔 시즌을 치르는 김세진 감독은 “실력보다 젊은 패기를 앞세워 첫 두 달을 보낸 뒤 내년을 시작할 때 새로운 각오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예상 순위를 손가락으로 표시해 달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1개 아니면 2개의 손가락을 들었다. 엄살이 지나쳤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 것이다. 2013∼2014 V리그는 다음 달 2일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3월 16일까지 5개월간의 레이스를 치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