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난치병 15년만에 외출… 우정이 선물한 KS티켓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박신구 씨(왼쪽)와 그의 친구 이효삼 씨.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박신구 씨(왼쪽)와 그의 친구 이효삼 씨.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28일 서울 잠실구장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집 밖으로 15년 만에 외출한 박신구 씨(36)가 그 주인공이다. 박 씨는 7세 때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 결국 심폐 근육까지 힘을 잃는 희귀 난치병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을 끝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폐 기능이 떨어져 인공 산소호흡기 없이는 10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는 박 씨가 야구장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기적을 만든 건 박 씨의 초등학교 동창 이효삼 씨(36).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이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이 씨는 박 씨와의 추억을 잊지 못했고 수소문 끝에 2011년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씨는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정말 기뻤지만 손가락 하나밖에 쓸 수 없게 된 모습에 많이 놀라고 또 슬펐다”고 말했다.

OB(현 두산) 시절부터 두산의 열성 팬이었던 친구를 위해 이 씨는 한국시리즈 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왕성한 트위터 활동으로 유명한 박용만 두산 회장에게 트위터로 글을 보냈다. “부탁이 있습니다. 제 친구 박신구(근이영양증)가 불치병으로 침대 생활을 한 지 20년째입니다. 두산 야구를 좋아하는 이넘(이놈) 야구장 구경 한번 시켜주십시오!!”

사실 이 씨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이 씨는 두산 구단으로부터 야구장에 초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 회장은 23일 이 씨에게 “오시는 날 꼭 이기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오시는지 내가 구장에 있으면 인사하지요”라고 직접 트윗을 보냈다.

생애 처음 야구장을 방문해 중계석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박 씨는 “한국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효삼이에게 정말 고맙다”고 어눌하지만 감사의 뜻을 담아 말했다. 한편 박 회장도 이날 관중석에서 직원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신구#근이영양증#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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