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신영준(24)이 선행상 수상에 이어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겹경사를 맞았다.
포항은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34라운드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다소 맥 빠진 흐름을 이어가던 이날 경기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히어로는 신영준이었다. 후반13분 조찬호와 교체 투입된 그는 종료 3분 전 이명주가 아크 오른쪽에서 내준 패스를 문전에서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으며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은 5경기 만에 귀중한 승점3을 추가하며 승점59(16승11무6패)로 우승의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 뜻밖에 알려진 이름 석자
신영준은 최근 뜻밖의 일로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소속팀 포항이 19일 전북을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그는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달콤한 휴가를 받았다. 곧장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고 친구들과 만나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20일 새벽 집으로 귀가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렸다. 한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당하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여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원래 구설수에 휘말리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도와주지 않으면 양심에 가책을 받을 것 같았다.”
인기척을 느낀 가해자는 줄행랑을 쳤지만 끝까지 추격해 범인을 잡았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이었고 곧바로 군에 송치됐다.
신영준은 휴가 도중 일어난 일이 밖으로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친한 동료 몇몇에게 사실을 알렸을 뿐이다. 그런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동료들도 신영준을 ‘영웅’이라 칭하며 자랑스러워했다. 연맹은 28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신영준에게 선행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선행상이 주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경기 전 선행상을 받았다. 부산진경찰서도 용감한 시민상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는 경기 외적인 관심에 쑥스러워했다. 그는 “축구 선수가 경기력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경기 외적인 일로 관심을 받게 돼 부담스럽다. 팀에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여성분이 그 일을 계속 떠올리면 불편할까봐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 선수는 경기력
신영준은 경기 외적인 일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인천전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올 시즌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전남이 포항 수비수 정홍연을 원하면서 광양제철고 유스 출신인 신영준을 맞교환 카드로 제시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전남은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온 구단이다. 작년에도 전남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며 올 시즌을 꿈꿔 왔다. 버림 받았다는 사실에 많이 힘들고 자괴감도 느꼈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 새 팀에서 인정받는 것뿐이었다. 아직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진 못했다.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조찬호 노병준 등이 같은 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회는 조금씩 찾아왔다. 8월25일 열린 친정인 광양을 찾아 경기 종료 직전 드라마 같은 역전골을 뽑으며 건재를 알렸다. 같이 경기를 뛰며 맞부딪혔지만 전남 동료들도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도 한결 같은 마음이었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후반 교체 투입돼 가벼운 몸놀림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엿봤다. 후반30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찬 공이 멋진 포물선을 그렸으나 권정혁 골키퍼 손에 걸렸다. 아쉬움에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포기를 몰랐다. 영점 조준을 마친 왼발은 마침내 종료 직전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2-1 역전 결승골이었다.
그는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줬다. 팀의 일원이 돼 기쁘다. 오늘 승리로 다시 우승 경쟁력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 감독은 “중요한 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제자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