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말 역전 투런포…벼랑 끝 삼성 구한 영웅 2년 동안 슬럼프로 팬들 원성…설움도 날려 시즌 타격왕 놓친 아쉬움 6차전 MVP로 위안
‘(채)태인아, 2년간 욕해서 미안하다.’
한국시리즈(KS) 6차전이 열린 31일 대구구장 3루측 삼성 응원석 쪽에서 한 팬이 들고 있던 플래카드 문구다. 이 플래카드에서 볼 수 있듯이 채태인(31)은 삼성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천부적인 야구 감각으로 ‘채천재’라는 멋진 별명도 따랐지만 2010년 타율 0.292(356타수 104안타) 14홈런 54타점의 좋은 기록을 낸 이후 지난해까지 2년간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2012년에는 같은 포지션인 선배 이승엽의 복귀와 함께 그야말로 ‘멘붕’이 됐다. 지난해 채태인은 타율 0.207(135타수 28안타)에 그쳤다. 여기에 간혹 본헤드 플레이까지 겹치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급격한 부진에 올 시즌 연봉도 무려 6000만원이나 깎였다.
그러나 2013년 채태인은 다시 ‘채천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록 두 차례의 부상이 겹치면서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0.381의 고타율을 기록하면서 이승엽의 부진을 만회했다. 시즌 막판 어깨에 실금이 가는 부상으로 생애 첫 타격왕 뜻은 접고 말았지만 이후 채태인은 오로지 ‘KS 우승’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KS에서도 채태인은 중심타선에 서서 이승엽의 몫까지 대신했다.
채태인은 6차전 팀이 1-2로 뒤진 6회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호투하던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체인지업(시속 130km)을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채태인의 홈런에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이어 삼성은 7회 박한이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홈런 두 방으로 삼성은 시리즈를 원점(3승 3패)으로 되돌렸다. 결국 삼성과 두산의 승부는 최종 7차전으로 치닫게 됐다. 채태인의 극적인 홈런은 지난 2년간 설움을 대구 가을 하늘에 날려버린 ‘한풀이 한방’이었다.
역전 결승 홈런의 주인공 채태인은 6차전 데일리 MVP에 뽑혔다. 그가 시상대에 오르자 대구구장은 채태인을 연호하는 대구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2년간 애증의 대상이었던 비운의 선수가 대구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채태인, 채태인!’ 대구 팬들의 함성이 유독 더 크게 느껴졌다.
● 삼성 채태인=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마음속으로 체인지업만을 되새겼다. 두산 투수들이 몸쪽 승부를 많이 해서 몸쪽 공은 커트해내고 다른 쪽으로 승부하도록 하고 있다. (부상으로) 타격왕을 놓치면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우승만 생각했다. 내일(1일) 꼭 이겨서 우승에 대한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