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천재’ 허인회(26)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천재의 귀환’을 알렸다.
허인회는 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오션·힐코스(파72·6983야드)에서 열린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총상금 3억원·우승상금 6000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4개를 적어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최준우(34·8언더파 280타)를 4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5년 만에 맛보는 꿀맛 같은 우승이다. 2008년 프로 데뷔 첫 해 필로스오픈에서 우승을 신고한 뒤 2승까지 무려 5년 4개월이 걸렸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허인회는 14번과 15번홀 연속보기를 적어내며 위기를 맞았다. 2위 최준우가 1타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최준우가 17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고, 허인회가 17번과 18번홀(파5)에서 연속버디를 성공시켜 4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
● 게으른 천재에서 즐기는 골퍼로
허인회의 이름 앞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주변에선 ‘게으른 천재’, ‘버릇없는 골퍼’, ‘4차원 골퍼’ 등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다.
그는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무려 23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2005~2006년엔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김경태, 강성훈 등과 함께 에이스로 군림했다.
2008년 프로가 돼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6개 대회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자만과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서 조금씩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골프채를 내려놓고 카레이싱 등 다른 분야 관심을 두면서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2008년 상금랭킹 13위로 프로 첫 발을 뗀 허인회는 2009년 30위, 2010년 53위, 2011년 52위로 추락했다. 2010년부터 2년 간 일본투어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재능은 있지만 노력하지 않는 골퍼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허인회는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능 있는 선수는 열심히 하는 선수를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선수는 즐기는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재능 있고 즐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할 때는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5년 4개월 만의 우승은 그에게 새로운 골프를 선사했다.
허인회는 “이제 골프를 한 번 더 배운 기분이다”라며 “지금까지 골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이제는 골프를 즐기겠다”라고 덧붙였다.
● 강성훈 상금왕, 류현우 대상
2013시즌 KPGA 코리안투어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이 상금왕, 류현우(32)는 대상(올해의 선수)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PGA 웹닷컴투어에서 활약해온 강성훈은 9월 말 신한동해오픈을 시작으로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과 코오롱한국오픈,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까지 4개 대회에서 2승을 기록하며 4억7909만원을 벌어 상금왕이 됐다.
생애 첫 상금왕이 된 강성훈은 “올 시즌 목표가 PGA 재입성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러나 국내로 돌아와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을 찾게 됐다. 내년 목표 역시 PGA 재입성이다. 상금왕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성훈과 마지막까지 상금왕 경쟁을 펼쳤던 류현우는 4억4637만원으로 상금랭킹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대상 포인트 3565점을 얻어 김형태(3310점)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가 됐다.
송영한(22)은 신인상을 확정지었다. KPGA 대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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