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의 귀국 기자회견이 열린 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워커힐시어터. 오후 3시 정각에 단상에 오른 사람은 류현진이 아니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류현진 만큼이나 익숙한 얼굴과 이름. LA 다저스 마케팅팀 직원이자 올 시즌 류현진의 통역으로 활약한 마틴 김(34) 씨였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 나선 김 씨는 “올 한 해 기자회견을 서른 번(류현진이 30경기에 등판했다) 했는데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이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 씨가 류현진보다 먼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가 있다. 진행을 맡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전승환 이사는 “마틴 김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이 많아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 내내 ‘다저맨’ 류현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김 씨에게도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김 씨는 “다저스 구단에서 한국에 계신 팬 분들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달라는 전갈을 받았다”며 “류현진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홈은 물론 원정에서도 태극기를 참 많이 봤다. 뿌듯했고, 자신감도 생긴 한 해였다”고 했다.
사실 김 씨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명문구단 다저스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단순한 통역과 선수의 관계보다 더 깊은 우정도 나눴다. 류현진이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마틴 형이 처음부터 정말 많이 도와줘서 선수들과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입과 귀가 돼준 사람이라 내가 첫 번째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김 씨 역시 “한 시즌이 워낙 길기 때문에 류현진 선수도 경기 중에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거나 결과가 안 좋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몇 분 후에 금세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김 씨도 학창시절에는 야구를 했다. 고교 때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느껴 진로를 바꿨고, 3년 전 공채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말 류현진이라는 한국의 ‘괴물’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인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 씨의 구단 내 역할과 위상도 함께 치솟았다. 김 씨는 “LA에 한인분들이 100만명이 넘는다. 류현진 선수가 오고 나서 박찬호 선수가 있을 때의 열정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며 “류현진 선수 등판 날이면 3000~4000명의 교민들이 찾아왔다. 시즌 초반에 류현진 선수의 유니폼이 다 팔려서 한동안 매장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 씨가 다음 시즌에도 류현진의 통역을 계속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최고의 통역과 함께 빅리그 첫 해를 출발하는 행운을 잡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씨는 “선수의 ‘입’도 내 역할이지만, 그보다 ‘귀’가 되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류현진 선수가 듣지 못하는 라커룸의 이야기나 분위기들을 잘 듣고 전해주는 통역이 되고 싶었다”며 “이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 류현진은 정말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예쁨 받는 선수였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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