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볼턴·사진)이 3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골드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14라운드에서 선제 결승골에 기여하며 볼턴의 2-0 완승에 힘을 보탰다. 공격 포인트로 잡히진 않았다. 볼턴은 2승7무5패(승점 13)로 전체 19위에 머물러 있지만 초반 부진을 딛고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청용의 공수 연계 플레이는 대단했다. 킥오프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고, 팀의 코너킥 찬스를 도맡는 등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챔피언십은 유럽 축구에서도 상당히 거친 무대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이청용도 그 나름의 ‘생존법’을 완전히 깨우친 듯 했다.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고, 필요하다 싶을 때 강한 태클로 동료들의 파이팅을 유도했다.
그렇다고 특유의 ‘축구 매너’까지 잃어버린 건 아니었다. 전반 25분 본머스의 프레이저에게 높은 발로 태클을 걸어 주심의 경고를 받았다. 즉시 이청용은 프레이저에 다가가 사과를 건넸고, 부상을 치료 받는 동안 내내 곁에 머물며 함께 걱정해주는 모습이었다.
팽팽한 승부의 균형이 깨진 장면에선 이청용의 발끝이 빛났다. 내내 활발한 몸놀림을 보인 이청용은 은고그를 향해 정확한 패스를 내줬다. 은고그가 찬 공이 천천히 상대 골네트로 향했으나 이청용은 자신이 밀어 넣는 대신 은고그의 득점을 빼앗지 않는 동료애를 보였다.
후반에는 전반과 전혀 반대의 상황을 맞았다. 상대 지역으로 빠르게 침투하다 거친 태클을 당했다.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자 한참 동안 발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던 이청용은 결국 심판에 다가가 강한 어필을 했다. 순둥이답지 않은 모습에 볼턴 원정 서포터스도 함성을 내지르며 그의 선전을 격려했다.
최근 이청용은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렸다.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팀 이탈을 계속 꾀한다는 오해에 더해 하락한 경기력까지 숱한 이유를 거론하며 현지 언론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단 한 경기 만에 이를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꿨다. 볼턴 관계자들은 “진짜 실력이 이제 드러났다”고 기뻐했다. 볼턴의 더기 프리드먼 감독도 “한국과 영국을 오가느라 잠시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진정한 플레이가 본머스전에서 나타났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이청용도 “분명한 건 난 볼턴 선수다. 떠날 생각도 없다. 팀의 강등권 탈출, 더 나아가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을 위해 마지막까지 뛰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