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2차례·2011년 PO MVP가 전부 부상으로 받은 차는 아내에게…애처가 본색 샴페인 세례에 감기몸살…그래도 기분 좋아
“이런 날도 오네요.” 삼성 박한이(34)는 3일 전화통화에서 계속 코맹맹이 소리와 기침을 했다. 6차전을 앞두고 감기몸살에 걸렸지만 혹시나 도핑테스트에 걸릴까봐 감기약조차 먹지 못했던 그다. 1일 한국시리즈(KS) 우승 후 샴페인 세리머니까지 펼치면서 오한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몸은 안 좋지만 기분은 정말 좋다”며 웃었다. 2013년 KS 최우수선수(MVP). 야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한 박한이다.
● 통합 3연패의 주역으로 우뚝
박한이는 1차전에서 큰 액땜을 했다. 2번째 타석에서 기습번트를 대고 1루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왼손 중지를 다쳤다. 3차전 결승타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4차전까지 10타수 1안타. ‘있을 땐 몰라도 없을 땐 티가 나는’ 대표적 선수가 바로 박한이다. 그의 방망이가 침묵하자 팀도 1승3패로 몰렸다. 벼랑 끝에 선 그는 5차전에서 5-5 동점이던 8회초 1사 2·3루서 2타점 결승 우전적시타를 때려냈다. 6차전에선 1-2로 뒤진 6회말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해 채태인의 역전 결승 2점포의 발판을 마련했고, 7회말에는 쐐기 3점홈런을 터뜨렸다. 최종 7차전에선 3안타 3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S 7경기에서 홈런 1개와 2루타 1개를 곁들여 24타수 7안타(타율 0.292) 6득점 6타점 2도루. 삼성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73표 중 40표를 얻어 채태인(14표), 오승환(10표), 차우찬(9표)을 제치고 MVP로 선정됐다.
● 상복 없던 내게 이런 날이…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양준혁(16년 연속)에 이어 역대 2위다. 그러나 그는 유난히 상복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2001년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나가다 후반기에 한화 김태균이 홈런포를 몰아치면서 놓친 뒤로 상복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프로에서 받은 상이라곤 골든글러브 2개, 2011년 플레이오프 MVP가 전부였다”고 돌이키며 “지인들 축하전화도 많이 오고, 사인 받으러 오는 팬들도 옛날엔 ‘박한이다’라고만 했는데, 이젠 ‘한국시리즈 MVP 박한이다’라고 하더라. 한국시리즈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 살다보니까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상복 없다, 없다, 했는데 영원히 역사에 남을 한국시리즈 MVP를 받게 되다니…. 집에 트로피를 진열해 놓으니 뿌듯하다”며 흐뭇해했다.
● 진정한 MVP는 동료들과 가족!
박한이는 KS 개인통산 최다안타(48개), 최다타점(25개), 최다득점(33개), 최다루타(67개), 최다볼넷(27개), 최다4사구(32개) 등 6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섰다. ‘한국시리즈 인간문화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나도 팀을 잘 만났고,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록들도 쓸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이번 KS MVP에 대해서도 “투수 쪽에서 오승환, 차우찬, 안지만 등이 정말 잘 던졌다. 내가 MVP가 아니라 우리 팀 전원이 MVP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와 딸은 KS 내내 관중석에서 응원을 했다. 탤런트 출신 아내 조명진(34)과 딸 수영(2)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우승 후에 집에 왔더니 아내가 ‘수고했다’고 딱 한마디 하더라. 그 한마디면 족했다. 딸도 이번에 매스컴을 많이 탔는데 내 눈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이다”고 자랑했다. 그는 부상으로 받은 KIA자동차 K7에 대해 “아마 아내가 타고 다닐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