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김성근 감독도 못 해낸 위업 구단 “최고대우 해줘야 안되겠습니까” 현역 최고 김경문감독 4억 추월할 듯
“제가 감독들 중에 연봉이 제일 적은 거 알고 계시죠?”
삼성 류중일(50) 감독은 사석에서 삼성 송삼봉(54) 단장과 술을 마시다 얼큰하게 취하면 농담처럼 이렇게 말하고는 하회탈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러면 송 단장은 말을 못하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
류 감독의 올 시즌 연봉은 2억원이었다. 9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적은 금액. 두산 김진욱 감독, LG 김기태 감독, 넥센 염경엽 감독과 같았다. 류 감독이 2011년 처음 삼성 사령탑에 오를 때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과 연봉 2억원 등 총액 8억원에 계약했기 때문에 지난 2년간 우승을 했지만 올해까지는 감독 최저 연봉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최고 감독이 됐다. 사상 최초로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김재박 등 천하의 명장들도 이뤄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통합 3연패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삼성 구단도 류 감독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주위에선 벌써부터 “류 감독에게 최고 연봉으로 대우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송 단장은 3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에 대해 “그래야 안 되겠습니까”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최초로 통합 3연패를 이끌었는데 그런(최고 대우) 방향으로 해야 안 되겠느냐”며 구단도 이미 성과에 상응하는 대우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송 단장은 “계약기간은 11월까지이기 때문에 감독 계약을 급히 서둘 이유는 없다. 아시아시리즈에 다녀와서 류 감독과 협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구규약 상 연봉은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분할 지급된다. 20일 종료되는 아시아시리즈 이후 협상해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현역 감독 중 최고 연봉은 NC 김경문 감독의 4억원이다.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포함 총액 14억원에 계약했는데, 지난해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었기 때문에 연봉 3억원이었고, 1군 무대에 데뷔한 올해는 4억원으로 연봉이 뛰었다. KIA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총액 기준으로 현역 감독 최고액인 16억4000만원에 사인했지만, 계약금 5억원에 연봉 3억8000만원의 조건이었다. 역대 감독 최고액 기록은 김성근 전 SK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2009∼2011년 3년간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등 총액 20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류 감독은 연봉 꼴찌에서 1위로 수직상승을 앞두고 있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통합 3연패를 달성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류 감독은 1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2010년대 한국프로야구는 삼성 라이온즈가 지배할 것이라고 약속드렸습니다. 이제 반은 지킨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류 감독으로선 최고 연봉이 보장된 만큼 자신의 약속대로 해가 지지 않는 삼성 제국을 건설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