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부산의 경기가 열린 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양 팀 사령탑은 평소 즐겨 쓰는 4-2-3-1 전술을 버리고 변칙 전술을 운용했다. 부산은 10월30일 전북전에 이어 스리 백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 박용호-이정호-황재훈이 뒷문을 잠궜고, 측면 수비수 장학영과 박준강이 가세하며 때때로 5백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포항은 최전방 공격수 박성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며 제로 톱을 빼어 들었다. 황지수와 김태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고 이명주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맡겼다. 줄곧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김승대는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이유가 있는 포항의 전술 변화였다. 부산의 중앙 수비는 탄탄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헤딩 경합과 대인 방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 10월30일 전북전에서 3골을 헌납하기 전까지 상위그룹 5경기에서 3골만 허용했다. 조직적인 짠물 수비로 호평을 받았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의 수비가 발이 느리다는 단점을 역이용했다. 상대 수비를 벗겨내기 위해 포항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살리기로 했다. 미드필더 숫자의 우위를 바탕으로 스피드 있고 간결한 패스워크를 강조했다.
초반에는 상대의 강한 압박에 애를 먹었다. 전반 22분 장학영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양동현의 침투패스를 받아 문전 왼쪽에서 침착하게 골 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2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승대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후반전은 하프게임이 진행됐다. 포항이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이명주는 후반 9분과 12분 연거푸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아쉽게 빗겨 나갔다. 후반24분 김원일이 김승대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 역전골을 터뜨렸다. 5분 뒤에는 고무열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명주가 침착하게 쐐기 골을 넣었다. 승부의 추가 완전히 갈렸다. 포항은 최근 7경기 동안 5무2패에 그쳤던 부산 징크스를 말끔하게 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