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하다보면 사회 생활 스트레스 싹 해소 1년 후 여자야구 대표하는 선수 되는게 목표”
여자야구선수들에게 야구가 단순히 ‘취미생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모든 스포츠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 그들 역시 엄연히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선수’다. 당연히 꼭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 서울 CMS의 기남희(21) 씨에게는 “여자야구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그 ‘목표’다.
기 씨는 소프트볼선수 출신이다. 원래 스포츠를 좋아했고, 운동신경이 좋았다. 현재 한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접어버린 꿈에 대한 미련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길을 찾다 야구를 만났고, 지난해 9월 선배의 소개로 CMS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기 씨는 “야구를 하다보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들을 다 잊게 된다. 또 사람들과 어울려 하나가 돼 경기를 하다보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CMS는 구단주인 김부근 센트럴메디컬서비스 대표가 전폭적 후원을 해주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옥 안에 여자야구팀 전용연습장이 있어서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기 씨는 “팀을 잘 만난 것도 행운인 것 같다. 평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경기를 주로 치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2루수를 주로 맡았던 기 씨는 올해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야구를 제대로 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소프트볼 경험이 있는 데다 워낙 습득력이 빨라 기량이 일취월장한 덕분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긴장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올해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기 씨는 “지난해 대회 때에 비해 다른 팀들의 실력도 많이 향상됐다는 걸 느낀다”며 “가장 규모가 큰 대회라서 느끼는 점이 많다. 소프트볼 선배였던 고양 레이커스의 유경희 언니, 구리 나인빅스의 곽대이 언니 같은 분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기 씨는 지난달 26일 전북 익산 국가대표야구전용훈련장에서 열린 한일 교류전에 한국대표로 나섰다. 각 팀 감독이 추천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해 팀에 합류한 기 씨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광. 대타로 한 타석에 나선 게 전부지만, 새로운 의욕을 품는 계기가 됐다. 기 씨는 “확실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니까 부담은 크지만, 기분은 더 좋은 것 같다. 경기에 무척 집중이 된다”며 “사실 내가 욕심도 있고 오기도 있는 편이라 꼭 대표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노력하는 게 보이니까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앞서 얘기했듯, 기 씨의 목표는 원대하다. “여자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아, 그 선수’라고 말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감도 충분하다. “1년 정도 후에는 그렇게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꾸준히 선발 출장하고 열심히 노력도 하면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물론 혼자만 발전하겠다는 게 아니다. 아직은 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는 한국여자야구가 좀더 체계적으로 활성화됐으면 좋겠단다. 기 씨는 “일본 선수들을 보니 확실히 우리보다 잘 하는 게 느껴졌다. 경기 전 펑고를 받을 때부터 달랐다”며 “우리도 배울 부분은 잘 배워서 점점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