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의 간판… 겨울올림픽 2회연속 출전 눈앞
“소치 결선 가고, 평창 메달 따면 비인기종목 꼬리표 뗄수 있겠죠”
“비인기 종목 선수 중 하나일 뿐인데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곡예를 겨루는 종목)의 김호준(23)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그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한국 스노보드 선수로는 최초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09년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경기에서도 1등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또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
스키숍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스키를 배운 그는 8세 때 스노보드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국내에 어린이용 스노보드가 없어 유럽에서 힘들게 구해온 스노보드를 타며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했던 그는 11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하프파이프를 가르쳐줄 코치가 없어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독학으로 기술을 익혔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아쉽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 설상 종목 첫 결선 진출을 노렸지만 출전 선수 40명 중 26위에 그치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본격적인 훈련 및 국제대회 참가 일정을 앞두고 4일 서울에서 만난 그는 당시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성격인데 경기장에 발을 딛는 순간 너무 긴장해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500번 시도하면 한 번 실수할까 말까 하는 쉬운 기술에서도 실수가 나왔죠.”
시련을 겪었지만 수확도 있었다. 2010년 CJ제일제당과 후원 계약을 맺은 것. 설상 종목에서 개인 종목 선수로는 극히 드문 일이다. 빙상 종목과 달리 설상 종목은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그는 후원사로부터 훈련비와 함께 적지 않은 연봉도 받고 있다.
“그전에는 스노보드 선수가 돈을 벌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덕분에 실력도 크게 늘었다. 2011년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자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계 랭킹 24위인 그는 40명까지 출전하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진출이 유력하다.
“저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 선수 중에서는 행복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해야 저를 보고 스노보드를 하는 후배들도 생겨나고 그 후배들이 나중에 저같이 후원을 받을 수 있잖아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선수로는 첫 결선 진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따겠다는 그에게 최종 목표는 따로 있다.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넘어보겠다는 것.
“스노보드에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울타리가 쳐져 있지만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고 메달만 딴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혜택을 받아온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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