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자서전 출간 기념으로 영국 전역을 돌며 토크 공연을 하고 있다. 3일(한국시간) 런던 사우스뱅크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3500여 석이 매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 이 공연에서는 모든 관객에게 퍼거슨의 친필 사인이 담긴 자서전이 선물로 주어져 좌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퍼거슨은 “평생 잊지 못할 꿈에서 막 깨어난 기분”이라며 자유인이 된 느낌을 설명했다.
● 영어 공부 열심히 한 박지성
퍼거슨은 토크 중 박지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자가 “숱한 선수를 거쳤지만 훈련 외적으로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 때 기뻤느냐”고 묻자 퍼거슨은 “선수들이 말썽 안 피우고 성실할 때. 특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고마웠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영어공부 열심히 한 선수 중에는 박지성도 있었다. 퍼거슨은 “맨유는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준다. 굳이 내가 신경 안 써도 영어 열심히 배워 소통하려는 선수들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선수는 박지성, 호날두, 포를란, 발렌시아 등이다”고 했다. 그에 반해 영어를 못해 말썽이던 선수도 있었다. 퍼거슨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좀 그랬다. 베론과 테베스가 대표적이다. 그 때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도 이들의 고집을 알 수 없다. 수없이 헤어드라이어(선수단에 고성 지르는 행동)를 꺼내들었지만 결국 고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 맨유는 여전히 우승권
화제는 또 있었다. 올 시즌 맨유의 추락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제자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냈다. “맨유가 부진하다”는 사회자의 이야기에 퍼거슨은 “걱정할 필요 없다. 두고 봐라.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불가능하지 않다. 올 시즌 우승하는 팀은 분명 승점 80 이하에 머물 것”이라며 맨유를 응원했다. 이유도 있었다. 퍼거슨은 “나 역시 많은 경기를 지고 많은 시즌 동안 초반 부진을 겪었다. 맨유는 후반기에 강했다”고 설명했다. 순간 퍼거슨은 방청석 첫 줄에 앉아있던 ‘절친’ 웨스트햄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가리키며 “맨유보다 내 친구 팀이 걱정”이라며 농담을 했다.
퍼거슨이 조련한 제자들 중 폴 스콜스는 따로 언급했다. 퍼거슨은 그를 ‘천재’라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콜스가 함께 있으면 든든했다. 내가 결정 못하는 게 있을 때 스콜스에 조언을 구하면 한 번에 고민을 해결해줬다. 틀린 적이 없다. 치차리토가 입단했을 때 스콜스가 조언했다. ‘다음 경기에 넣어라. 이번 시즌 20골 넣는다’라고 하더라. 그런데 진짜 결승골을 넣고 그 시즌 20골을 몰아쳤다.”
이 때 좌중을 웃긴 사회자의 한 마디. “우리 지금 스콜스에게 전화해서 이번 주 로또 번호 알려 달라고 부탁하자.”
퍼거슨의 마지막 코멘트는 감동을 선사했다. “맨유는 언제 어디서든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난 맨유가 쌓은 거대한 역사의 한 부분일 뿐이다. 맨유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