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MVP후 연봉 6200만원서 2억2천↑ 올해도 4관왕 활약…팀 첫 PS행 견인 이장석 대표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
넥센 박병호(27)는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수상소감 말미에 인상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넥센 이장석 대표이사를 향해 “대표님, 내년 연봉 기대해도 되겠죠?”라는 깜짝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넥센이 처음으로 배출한 MVP의 애교 섞인 요청에 이 대표는 크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오케이(OK) 사인을 그려 보였다. 화답도 빠르고 확실했다. 불과 한 달 뒤 박병호의 연봉은 62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박병호도 구단의 통 큰 대우에 걸맞은 활약으로 보답했다. 올해 홈런·타점·득점·장타율의 4관왕에 올랐고, 4번타자로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넥센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결국 프로야구 사상 4번째로 2년 연속 MVP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달라진 게 있다면, 수상소감에서 특별히 연봉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사실 다시 한 번 얘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해봤지만, 구단에서 지난해 정말 잘 챙겨주셨고 올해도 알아서 해주실 것 같아서 마음을 돌렸다. 게다가 또 다시 연봉 문제를 꺼내는 건 괜히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 것 같아서 자제했다”고 귀띔했다.
박병호의 판단은 옳았다. 넥센은 일찌감치 박병호에게 또 한 번의 특급 대우를 준비하고 있다. MVP가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저울질까지 마쳤다. 이장석 대표는 정규시즌 종료 직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박병호가 올해 4번타자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데 대해 고맙고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팀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줄 생각”이라며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머릿속에 계산이 섰다”고 밝혔다.
뜸을 들일 생각도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속전속결’이 원칙이다. 선수가 갈등할 필요도 없을 만큼 충분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넥센의 연봉협상 순서는 다른 구단과 반대다. 대부분 비주전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을 끝낸 뒤 간판급 선수들과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돌입하지만, 넥센은 박병호 같은 고과 상위권 선수들과 먼저 계약을 마친다. 이 대표는 “중요한 선수라면 있을 때 충분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