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섰다지만, FA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대물 FA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중저가형 FA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곧 가격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 중 연봉 1억원 이하는 딱 2명이다. 도루왕 출신 LG 외야수 이대형(8500만원)과 국가대표 출신 롯데 유격수 박기혁(1억원)이다. 두 선수는 나름 즉시전력감으로 꼽히지만, 올 시즌 주전경쟁에서 밀려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형은 기동력에서, 박기혁은 수비력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또 몸값이 낮은 편이기에 비용 측면에서 움직이기 쉽다는 장점도 지녔다. 그러나 FA 영입 시, 짊어져야 할 보상선수 부담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FA 시장에 뛰어들려는 구단들은 “기왕 보상선수를 내주고 데려와야 하는 FA라면 비싸더라도 확실한 선수”를 선호한다.
전통적으로 중저가형 FA들은 FA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원 소속구단으로부터 실리를 취하는 협상방식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처럼 FA에 등급이 매겨져 있다면 중저가형 FA들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겠지만, 한국 실정에선 요원하다. 선수 입장에서 FA는 스스로 팀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자칫하다간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이대형과 박기혁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