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던지면 어떤 구종도 척척… 훈련도 열심히 안 하기로 유명
美 스카우트 평가 인색하지만 입을 모아 “잠재력 무궁무진”
“류현진이 완성형 투수라면 윤석민(27·사진)은 발전 가능성이 큰 투수다.”
올해 LA 다저스에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른 류현진(26)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윤석민(KIA)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한 말이다.
오른손 정통파 투수 윤석민에 대한 미국 현지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야후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최근 FA 200명의 순위를 매기면서 윤석민을 35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144∼148km 정도의 구속을 갖고 있는 투수에게 선발로 뛰건, 롱 릴리프로 뛰건 많은 액수를 주는 것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고 평가했다. ESPN의 칼럼니스트 키스 로도 윤석민을 FA 순위 37위에 놓으며 “선발보다는 불펜이 더 맞을 수 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충분히 통한다는 상황에서만 4, 5선발 정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록을 위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로는 지난해 류현진에 대해서도 “선발보다는 불펜이 더 나은 옵션”이라고 평가했지만 류현진은 올해 14승을 거두며 다저스의 든든한 선발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과 달리 현장에서 윤석민의 투구를 지켜본 몇몇 스카우트는 윤석민은 현재보다 미래 잠재력이 무척 큰 투수라고 말한다.
윤석민은 ‘천재’다. 대개의 선수들이 새로운 구종 하나를 익힐 때 최소 1년, 길게는 2, 3년이 걸리지만 윤석민은 몇 번 던져보면 어떤 변화구든 비슷하게 던질 수 있다. 손 감각이 천부적이라는 얘기다.
윤석민은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도 아니다. 수도권의 한 구단 트레이너는 “투수들은 대개 러닝을 많이 하지만 윤석민은 많이 뛰지도 않고 보강 훈련을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창 좋을 때는 누구도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할 정도다.
2011년 투수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해를 맞았던 윤석민은 최근 2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올해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승 6패 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부진에 대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동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1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구단의 반대로 KIA에 잔류한 뒤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으른 천재였던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완성형 투수라던 류현진만 해도 한국에서 뛴 9년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51km였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 154km를 비롯해 150km대 공을 꾸준히 던졌다. 환경이 사람을 바꾼 것이다. 윤석민도 심기일전한다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1년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윤석민이 류현진급 연봉(6년간 3600만 달러)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역으로 그를 데려가는 팀은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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