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게임이었지만 여기에 걸렸던 가치는 엄청났다. 그리고 이 모든 가치를 챙긴 건 울산 현대였다. 울산이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현대가(家)’ 더비에서 짜릿한 2-0 승리를 챙겼다. 선두 울산은 21승7무7패를 기록해 가장 먼저 승점 70 고지를 넘어서며 막판 순위 경쟁에서 크게 앞서 나갔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오래 전부터 전북과 홈경기의 중요성을 수차례 역설했다. 이 경기만 확실히 잡으면 올 시즌 정규리그 정상 정복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전북과 김 감독의 악연은 2011년 7월 이후 2년 넘도록 이어져왔다. 징크스였다. 이전까지 10차례 대결에서 4무6패였다. 안방에서 늘 강한 면모를 보였던 울산이지만 전북전에선 3무2패로 저조했다. 올해 FA컵 16강 패배를 더하면 열세 기록은 더욱 깊어진다. 한 지도자는 “울산이 자신들의 페이스만 지켜도 충분히 전북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유난히 서두르고 긴장하는 모습이 비쳐진다”고 지적했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전북전을 앞두고 유독 지시가 많았던 울산 코칭스태프였다.
김 감독은 완전히 바뀐 전략을 세웠다. 이런저런 전술 지시를 내리는 대신 선수단을 편안히 해주는 쪽에 초점을 뒀다. 전북도 다른 팀들과 똑같다는 생각으로 결전에 임하도록 했다. 울산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탄탄한 수비 후 역습이란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작전은 통했다. 오히려 다급한 쪽은 전북이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축구’의 원조 전북이 아무리 강공을 취해도 울산의 탄탄한 디펜스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살림꾼 역할을 해온 왼쪽 풀백 김영삼의 부상 공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역습에서 두 방을 꽂았다. 후반 34분, 37분 김신욱-까이끼가 골 맛을 봤다. 이기는 승부를 해온 울산 특유의 색채가 드러났다. 효율성에서도 앞섰다. 양 팀은 나란히 4개의 유효슛을 시도했지만 정확도에서 울산이 앞섰다. 특히 김신욱은 19골로 올 시즌 득점왕 등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우승을 위해 울산 원정을 무조건 이겨야 했던 전북은 결국 추격에 실패하며 1위 도약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 감독은 “전북에 대한 부담이 큰 탓에 많은 시도도 했고, 전략도 바꿔봤다. 해답은 간단했다. ‘울산다움’이었다. 가장 중요할 때, 가장 중요한 승리였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