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부담감 떨치자 ‘골잡이 DNA’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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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7시 00분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손흥민. 스포츠동아DB
■ 함부르크전 3골1도움 활약 원동력

기나긴 골 침묵…해법은 마음 비우기
팀 플레이 위주서 공격적 자세로 전환
성적과 함께 골에 대한 욕심 회복 수확
’해결사 부재’ 홍명보호에도 큰 힘 될듯


축구는 결과(득점)로 말하는 스포츠다. 손흥민(21·바이엘 레버쿠젠)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 내야하는 골게터다. 길어지는 골 침묵은 너무 답답했다. 3개월째 이어져온 정규리그 및 챔스리그 무득점. 브라질-말리로 이어진 10월 국가대표팀 홍명보호 여정을 마치고 독일 현지로 떠날 때 취재진의 출국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던 것도 이러한 부담 때문이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공교롭게도 상대는 친정팀 함부르크였다.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한 옛 동료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지만 거칠고 치열한 생존의 무대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선 비수를 꽂을 필요가 있었다.

애써 담담하려 했다.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딱 한 골만 넣으면 그간의 부담감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밤낮 없이 마음을 무겁게 했던 고민의 해법은 ‘내려놓음’이었다. 최근 손흥민은 독일 언론을 통해 “복잡한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실이 찾아왔다. 더 이상의 실망은 없었다. 유럽무대에서 손흥민의 가치를 입증시켜준 친정팀 함부르크는 이번에도 손흥민의 진가를 알리는데 톡톡히 일조(?)했다. 추가시간이 적용되고 교체 아웃될 때까지 손흥민의 몸놀림은 시종 가벼웠다. 3골1도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소득은 단순히 공격포인트 뿐만이 아니었다. 플레이 패턴에도 긍정의 변화가 감지됐다. 이타적인 기존 움직임에 더해 골에 대한 갈망, 또 욕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얼마 전만 해도 손흥민은 샘-키슬링 등 같은 공격 포지션의 동료들이 편히 뛰고 기회를 잡아내는데 일조했다면 이날 함부르크전에선 약간의 찬스가 열리면 지체 없이 슛을 날리는 등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골잡이 DNA'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손흥민의 활약은 홍명보호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스위스(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러시아(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로 이어지는 2차례 A매치를 앞둔 한국 축구다. 최근 대표팀의 최대 고민은 ‘해결사 부재’였다. 손흥민은 이를 말끔히 씻어줄 최적의 자원이다.

7월 홍명보호가 공식 출범한 뒤 가장 많은 골 맛(3득점)을 본 것도 손흥민이다. 지난 달 말리 평가전(3-1 한국 승)에서도 손흥민은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대표팀 스승이 항상 주문해온 ‘팀과 동료를 위한’ 플레이, 더불어 골 감각까지 되찾은 손흥민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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