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 엄마-불끈 코치, 전주원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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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같은 침대에서 늦잠 실컷 자고 함께 브런치 먹었어요. 목이 좀 아프다고 해서 이제 병원 데리고 가려고요."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여느 엄마의 일상처럼 행복하게 들렸다. 바로 전날 농구장 벤치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격려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두 얼굴의 주인공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1)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 우승 주역인 전 코치는 10일 춘천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접전 끝에 신한은행을 꺾고 첫 승을 거둔 뒤 하루 동안의 휴가를 얻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외동딸 수빈 양(9)과 3주 만에 만난 건 이날 오후 11시 무렵. "엄마 만날 생각에 잠도 안자고 기다리더라고요. 11일이 애 다니는 초등학교 추첨일이라 학교 안 가도 된다고 해 너무 잘 됐죠."

우리은행 체육관이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과 전 코치의 집은 안 막히면 차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전 코치는 "선수들이 합숙하는데 코치만 집에 갈 수는 없다. 올 시즌에는 위성우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셔서 책임감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전 코치에게도 쉽지는 않다. "학교 행사에 엄마 오면 안 되느냐고 하는 데 미안하다고 하거나 혼자 엄마 보고 싶어 조용히 집에서 운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파요. 다행히 어느새 커서 이해해줘 기특해요. 지난 주말 시아버님께서 아빠랑 엄마 보고 오라고 했더니 엄마 바쁠 텐데 안 된다고 말했데요." 전 코치는 시즌 동안 거의 집에 못 들어가기에 딸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사는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우신다. 전 코치는 "엄마라는 이유로 팀에서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똑같은 코치일 뿐이다. 다만 그동안 나 하나뿐이던 여자 코치가 올 시즌 5명으로 늘었다. 혼자 받던 부담감을 덜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웃었다.

1998년 결혼한 전 코치는 2003년 임신 중에도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을 가르치다 왼쪽 새끼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15일은 전 코치의 생일이지만 이날 경기가 있어 파티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주말에 경기가 많아 휴가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 저녁 헤어지면 언제 다시 우리 딸 볼는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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