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과 런던의 영웅’ 정성룡(28·수원 삼성)이냐 ‘떠오르는 대세’ 김승규(23·울산 현대)냐.
내년 브라질월드컵의 주전 수문장 경쟁이 뜨겁다.
정성룡은 12일 파주NFC에 들어오기 전 머리카락을 짧게 깎았다. 최근의 부진에 대해 각오를 새롭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정성룡은 10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홈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포항 이명주의 로빙슛을 잡는다는 게 그만 놓쳐 실점했다. 자책골을 넣은 듯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러자 정성룡의 다른 실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장면이 많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마디로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이다.
정성룡은 최근 몇 년 간 대표팀 주전 골키퍼였다.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대선배 이운재를 제치고 주전을 꿰찬 뒤 원정 첫 16강의 주역이 됐다. 작년 런던올림픽 때도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정성룡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자원 1순위로 발탁했고, 동메달을 따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요즘 어느 때보다 치욕적인 날을 보내고 있는 정성룡은 실점장면에 대해 “그런 실수는 처음이다”고 씁쓸해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켜봐 달라”며 짧고 묵직한 소감을 남기고 숙소로 들어갔다.
정성룡이 부진한 시기와 맞물려 공교롭게도 후배 김승규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승규는 올 시즌 K리그 29경기에서 23실점했다. 경기 당 0.79실점으로 20경기 이상 치른 골키퍼 중 최소실점이다. 뿐만 아니라 8월 페루전과 9월 아이티와 평가전 때 연이은 선방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김승규는 작년 런던올림픽 때 정성룡과 이범영(24·부산 아이파크)에 밀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그 아픔을 내년 브라질에서 씻겠다는 각오다. 김승규는 “지난 경기 말고는 (정)성룡이 형이 부진한 적이 없었다. 형의 실수는 같은 골키퍼로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고 위로를 건넸다. 골키퍼 경쟁에 대해 그는 “경쟁이라 생각하지 않고 내 할 것을 열심히 하면 감독님께서 좋게 봐 주실 것이다”며 담담한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