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이상 챙긴 8명중 7명 먹튀… FA 징크스 징글징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역대 FA 빅8’ 성적 보니

말 그대로 ‘돈의 전쟁’이다.

16명이 몸값을 평가받겠다고 나온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포지션별 역대 최고액을 줄줄이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총액도 역대 최고가 될 것이 확실하다. 롯데는 FA를 선언한 포수 강민호에게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2005시즌 FA 심정수(현대→삼성)가 받은 4년 총액 60억 원보다 더 주겠다는 얘기다. 삼성 장원삼도 2007시즌 박명환(두산→LG)이 받은 투수 최고액(4년 40억 원)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SK 정근우 역시 장성호가 KIA와 재계약하며 받은 내야수 최고액(4년 42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은 활짝 웃겠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거액을 쏟아 부어야 하는 구단은 속이 탄다. 그동안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의 이후 성적을 보면 이유는 분명해진다. 몸값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 기간을 마친 2010시즌 이전 FA 가운데 30억 원 이상을 챙긴 선수는 모두 8명이다. LG 박용택을 시작으로 2011시즌 이후에도 8명이 총액 30억 원 이상에 사인했지만 이들은 계약 기간을 마치지 않아 제외했다.

2005시즌을 앞두고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기며 총액 60억 원에 계약한 심정수는 4년 동안 한 시즌 평균 타율 0.254에 15.8홈런 50.1타점에 그쳤다. 전성기였던 2003년의 타율 0.335에 53홈런 142타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42억 원에 계약한 장성호도 FA 이전과 비교하면 성적이 뚝 떨어졌다. FA 2년 차인 2007년까지는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3년 차인 2008년부터는 계속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고 타점도 50개를 넘지 못했다. 심정수는 계약 기간 4년을 채운 뒤 현역에서 은퇴했고, 장성호는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의 FA 영입 1호 선수였던 정수근도 전성기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리다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2009년 방출됐다.

역대 투수 최고액을 받은 박명환도 실패한 FA 영입의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에서 2002년 14승(10패), 2004년 12승(3패), 2005년 11승(3패)을 수확했던 박명환은 LG로 이적한 첫 해 10승 6패에 평균자책점 3.19로 활약하며 그나마 이름값을 했지만 이듬해부터 수술과 재활이 이어지면서 2년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했고 결국 FA 계약이 끝난 뒤인 2011년 연봉이 전년도 5억 원에서 90%나 삭감(5000만 원)되는 수모를 겪은 뒤 방출됐다. 2004시즌을 앞두고 KIA에서 LG로 팀을 옮긴 진필중은 3년 동안 3승(14패)에 그친 뒤 계약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2010시즌까지 3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챙긴 8명 가운데 FA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2008시즌을 앞두고 LG와 역대 포수 최고액(4년 34억 원)을 받은 조인성(SK)뿐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