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사진)은 최근까지도 불가리아 출신 외국인선수 바실레바와 기싸움을 했다. 유럽리그의 특급선수였던 바실레바는 하루에 한차례 2∼3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 유럽스타일의 훈련방식과 다른 한국만의 특유한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오전 오후는 물론 야간훈련까지 하는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한 때는 “이렇게 훈련을 많이 하면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투정을 부렸고 가능한 한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베테랑 감독은 이런 바실레바와 강하게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밀고 당기기를 했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간혹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는 양보를 해줬다. 훈련은 강하게 시켰지만 바실레바를 여러모로 배려했다.
혈혈단신으로 외국에서 지내는 23세 여자선수가 받을 문화적 충격을 고려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태원에 있는 불가리아 식당에 가서 동포들을 만나게 했다. 그들은 10일 인천 경기에 불가리아 국기를 들고 와 응원했다. 바실레바는 그 응원에 힘을 냈다. 기업은행을 상대로 42점을 뽑으며 최고의 기량을 뽐냈지만 팀은 패했다. 무려 55.76%%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팀에 헌신했던 바실레바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다. 류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 회식 때 그 응원단도 함께 하도록 했다.
13일 도로공사전을 앞두고 오전 훈련도 제외해줬다. 다른 선수들은 서브훈련을 할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함께 점심을 먹고 경기장에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바실레바는 오전 훈련에 나타났다. 동료들과 함께 서브훈련에 참가했다. 연패중인 팀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두 경기 연속 풀세트로 뛰며 엄청난 공격을 했던 바실레바는 “감독님이 쉬는 시간을 많이 줘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브라질에서도 이런 점유율을 기록한 적은 없어 힘들지만 다른 선수도 다 힘들다“며 프로다운 대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