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포수 강민호(28)가 13일 롯데와 4년 총액 75억원(구단 발표액 기준)에 잔류를 택했다. 롯데는 계약금만 35억원에 달하고, 연봉은 10억원이라고 공표했다. 이번 스토브리그 FA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강민호의 몸값이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롯데는 강민호에게 구단 공식발표에서 드러나지 않은 5억원 이상의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민호의 실제 몸값은 ‘80억원+α’(스포츠동아 11월 13일자 1면 보도)로 확인됐다.
● 왜 75억원으로 발표했을까?
롯데와 강민호의 계약이 특이했던 것은 FA 협상에서 필수나 다름없는 옵션이 누락된 점이다. 롯데는 “옵션은 없다”고 딱 잡아뗐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선 최소 5억원 이상의 옵션이 논의됐다. 그러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빠졌고, 계약금과 연봉만 발표했다.
왜 롯데와 강민호는 이 옵션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양측의 그럴만한 이해관계가 일치한 때문인데, 요약하자면 ‘80억원이 주는 상징성’이 서로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여기서 ‘75억원’이라는 절묘한 숫자가 등장하는데, 역대 최고 대우로 강민호의 자존심은 세워주면서도 ‘80억원+α’보다는 적은 액수로 포장해 과도한 금액이라는 세간의 비판은 비켜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발표액을 더 낮출 수도 있었겠지만, 그 경우 이 기회에 ‘짠돌이 구단’의 이미지를 확 벗어던지려던 롯데 구단의 의도가 반감된다.
어차피 FA 선수의 실제 몸값을 정확히 밝힐 의무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구단 발표액을 무조건 받아들일 뿐, 계좌를 추적하거나 해명을 요구할 권리는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예전에도 일부 FA 계약 시, 구단과 선수의 필요에 따라 실제 몸값과 발표액에 차이를 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합의시점도 훨씬 빨랐다!
강민호와 롯데는 “11일 마음을 확인했고, 13일 도장을 찍었다”고 밝혔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교감은 훨씬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롯데 핵심 관계자는 우선협상기간 이전부터 “강민호는 롯데에 꼭 남는다”고 장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호도 롯데 잔류를 전제로 협상에 임했다. 몸값에는 이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관건은 세부조율과 발표시점, 그리고 방식이었다. 그 결과물이 옵션을 뺀 확정금액 75억원이다. 또 우선협상기간 마감일(16일) 전, 2번째 공식협상에서 일을 매듭지어 모양새도 좋게 만들었다. 강민호도 돈만 좇는 선수가 아니라 롯데와 부산 팬들을 위해 양보하는 명분을 쌓아 부담감을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