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에서 한국은 여전히 ‘다크호스’ 수준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얕잡아보지 않는다. 월드컵 4강의 저력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스타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스타는 손흥민(21·바이엘 레버쿠젠)이다. 여름 선수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의 이적료와 행선지를 놓고 많은 외신들이 주요 뉴스로 다룰 정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축구가 배출한 손흥민의 상품 가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위스(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러시아(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로 이어지는 11월 A매치 2연전을 앞둔 홍명보호가 소집 훈련 중인 13일 파주NFC. 유럽 강호와 릴레이 매치 업에 긴장감이 느껴지는 이 자리에서 손흥민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유독 유럽에 약했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강한 자신감으로 대답했다.
“스위스도 러시아도 강한 상대다. 그런데 난 우리가 유럽에 약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기죽을 필요도 없다. 한국도 충분히 세계적인 강팀이다.”
자신감의 원천은 경험이다. 손흥민이 몸담은 독일 분데스리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3대 리그를 따돌리고 정점에 섰다. 실력, 재정, 열기, 문화 등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런 무대에서 맹위를 떨쳤고,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으니 두려울 게 없는 건 당연지사. 폭발적인 드리블과 남다른 슛 감각, 과감함과 저돌성 등은 큰 체구의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특히 지난 주말 함부르크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을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띄워 집중 조명을 했다. 같은 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똑같은 기록으로 팀을 대승으로 일군 터라 의미는 더 컸다.
더욱 강해지기 위한 해법도 상대가 아닌 ‘우리’에서 찾았다. “상대 전력을 신경 쓰기보단 우리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게 손흥민의 생각이다.
얼마 전만 해도 손흥민은 대표팀 조커에 머물렀다. 이젠 아니다. 공존을 위해 스스로 고민 하면서 홍명보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거의 녹아들었다. 스승이 뭘 원하는지 잘 안다. 홍명보호 출범 후 최다골(3골)의 주인공도 왼쪽 윙 포워드를 맡은 손흥민이다. 무대는 펼쳐졌다. 이제 마음껏 뛰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