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차 서울 가는데도 계약 논의 전무 나가라는 소리…잡을 생각 없어 보여 구단 측, 협상 없이 통보식 계약 시사”
15일 계약조건 제시…결과는 ‘물음표’
“KIA에서 마음이 떠났다.”
정신적 충격에 가까운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팀을 나가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도 이제 팀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프리에이전트(FA) 외야수 이용규(28)가 원 소속구단 KIA와의 우선협상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을 듯하다”며 “팀을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탄선언’에 가깝다. 그만큼 상처가 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광주에 머물다 왼쪽 어깨 정기검진을 위해 14일 서울로 올라온 이용규는 “모두 7번 구단 관계자를 만났다. 어제(13일)는 (김조호) 전 단장님과 (허영택) 현 단장님을 포함해 실무자까지 세 분과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까지 단 한번도 구단의 계약안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도 내가 15일 검진이 있어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조건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는 것은 마지막 순간 구단안을 통보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만나서 딴 선수들 얘기만 했다. 아마 나 같은 FA는 한명도 없을 것이다”며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구단은 협상할 마음이 없다. 마지막 순간에 조건을 통보하고 ‘하면 하고, 아니면 말겠다’는 식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규는 15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구단은 아직 최종결재가 안 났다며 내일(15일) 저녁 때 광주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만 했다. 구단이 나를 원한다는, 잔류시키겠다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내일 다시 광주로 내려가 만날지, 아니면 전화통화로 끝낼지 아직 나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용규는 구단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듯 “올초 연봉협상 때까지 그렇게 서두르다가, FA 협상이 되니 정작 조건도 밝히지 않고 여유롭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활약했던 이용규는 20대 후반으로 젊다는 강점에다 빼어난 실력과 승부근성까지 두루 갖췄다. 이미 롯데와 계약한 포수 강민호, 2루수 정근우(전 SK), 외야수 이종욱(전 두산), 투수 장원삼(전 삼성) 등과 함께 올 FA 시장을 달굴 거물 중 한명으로 꼽혔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KIA는 15일 계약조건을 이용규에게 전달할 전망이다.
KIA가 마음이 돌아선 이용규를 극적으로 붙잡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구단의 태도에 적잖이 마음이 상한 이용규가 그대로 시장으로 뛰쳐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용규가 만약 시장에 나온다면 그를 영입리스트에 올려놓은 몇몇 구단의 강한 러브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