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벤치멤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K리그 같은 장기레이스에서는 부상이나 경고누적 등 다양한 이유로 베스트 멤버가 빠지는 시기가 분명 온다. 그 때 벤치멤버들이 얼마나 역할을 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벤치멤버들이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하면 뭐하나. 어차피 못 뛸 텐데’라고 좌절하는 팀과 반대로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팀. 잘 되는 팀과 안 되는 팀의 가장 큰 차이다. 그리고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벤치멤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선수 은퇴 후 오랜 기간 코치생활을 하며 벤치 분위기가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서울 선수들은 교체 아웃되고 나면 감독, 코치를 거쳐 벤치에 앉은 선수들과도 하나하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원칙이다. 또 경기에 이기든 지든 최 감독도 벤치 선수들과 다 악수를 나눈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간다. 억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을 주고받아야 팀이 하나가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서울의 스쿼드를 보면 결코 선수 층이 두껍다 고 볼 수 없다. 적재적소에 교체로 투입할 자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 감독은 대안으로 주전과 벤치 간극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의 벤치멤버들이 중요한 힘을 발휘할 때가 됐다. 서울은 17일 인천 유나이티드, 20일 전북 현대, 24일 부산 아이파크와 연속 홈 3연전을 갖는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려면 리그 4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이 3연전에 명운이 걸려 있다.
이 절박한 시기에 주전들을 모두 가동할 수 없다는 게 최 감독의 고민이다. 미드필더 고명진과 공격수 윤일록이 대표팀에 차출돼 인천, 전북전을 못 뛴다. 설상가상 주장 하대성과 중앙수비 김진규도 경고누적으로 인천 전에 나설 수 없다. 특히 인천전은 하대성-고명진이라는 최고의 중원 조합 없이 치러야 한다.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고요한을 가운데로 돌리고 최효진을 오른쪽 날개로 기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원은 최현태-고요한이 지킬 가능성이 있다. 좀 더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이 뛰어난 신예 이상협이 미드필더로 뛸 수도 있다. 수비진도 마찬가지다. 아디가 중앙수비로 가서 김진규의 자리를 메우고 김치우가 왼쪽 풀백으로 투입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김치우나 최효진, 최현태, 이상협 등 그 동안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서울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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