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1·KT)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 여왕이 됐다. 생애 처음으로 상금왕과 대상(올해의 선수), 다승왕을 손에 넣으며 그린을 평정했다.
장하나는 17일 전남 순천의 승주 골프장에서 끝난 시즌 최종전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공동 10위(이븐파 216타)에 올라 3관왕을 확정지었다. 투어 진출 3년 만에 KLPGA 투어의 지존으로 우뚝 섰다.
쉽지 않았다. 특히 김세영(20·미래에셋), 김효주(18·롯데)와 상금왕, 대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장하나는 이 대회전까지 상금랭킹 1위를 달렸다. 2위 김세영에 2600여만원 앞서 있었다. 유리한 위치였지만 1라운드부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역전 위기를 자초했다.
대회 첫날 장하나는 공동 43위. 김세영은 단독 3위로 출발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김세영이 상금왕이 될 수 있었다. 상금왕을 놓칠 수 없었던 장하나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2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밤 8시까지 연습하면서 최종 라운드를 준비했다. 그 덕분인지 3라운드에서 행운의 여신은 장하나의 손을 들어줬다.
상금 683만원을 추가한 장하나는 시즌 총상금 6억8953만원으로 김세영(6억7019만원)을 제치고 상금왕을 차지했다.
대상 경쟁에서는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 주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김효주(18·롯데)에 이어 2위였던 장하나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공동 1위(376점)가 됐고 이번 대회에서 11점을 추가해 387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승 부문에선 김세영과 함께 공동 1위(3승)에 올랐다.
장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아버지 장창호(62), 농구선수 출신인 어머니 김연숙(62)의 영향으로 골프를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 검도, 수영, 스키, 승마 등 다양한 운동을 배웠다. 270야드에 가까운 장타를 날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장하나는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가면 링크를 수십 바퀴씩 돌았다. 힘이 들었지만 지금의 튼튼한 하체가 그때부터 만들어 진 것 같다”라고 아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주니어 시절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무대에서도 우승을 휩쓸었다. 이렇게 수집한 우승트로피만 40여개다.
데뷔 3년 만에 KLPGA 그린을 평정한 장하나는 “신인 시절 정말 힘들었다. 주변의 기대감이 컸던 탓에 욕심을 많이 냈다. 그러면서 자만심도 많았던 것 같다. 그때의 시련과 뼈아픈 경험이 좋은 약이 됐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장하나와 함께 상금왕 경쟁을 펼쳤던 김세영은 아쉽게 공동 다승왕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효주는 신인상과 평균타수 1위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