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최고의 믿을 맨’은 이청용(25·볼턴)이다. 그동안 많은 사령탑들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변치 않은 건 그에 대한 믿음이었다. 홍명보호도 마찬가지. 브라질월드컵 여정의 슬로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에 가장 어울리는 이는 이청용이다. 늘 희생하는 자세로 갈채 받아온 그는 15일 스위스 평가전(2-1 승)에선 후반 41분 역전 결승골로 주연이 됐다. 2010년 6월26일 우루과이와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이후 3년4개월여 만의 A매치 골. 날짜로는 1239일 만이다.
● 내년 브라질월드컵이 더 기대되는 이청용
이청용은 모든 면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관록과 경험 ▲실력 ▲리더십까지 완전체 선수에 가깝다.
대표팀이 필요한 순간에는 이청용이 있었다. 홍명보호에 스위스 평가전은 상당히 중요했다. 특히 유럽축구에 대한 열세를 확실히 딛고 일어서는 기회가 필요했다. 이청용이 나섰다. 월드컵 2골 등 빅 매치에서 더 강했던 면모를 스위스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월 말리 평가전(3-1 승) 때와 같은 90분, 같은 승전고였지만 의미는 훨씬 컸다. 국내 최고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이청용의 실력에는 의문이 없다. 다만 이견은 있었다. ‘반쪽짜리’란 평가였다. 부동의 오른쪽 날개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과감한 드리블과 탁월한 패스에 미치지 못한 득점력이었다. 안정된 볼 터치와 비교되는 날카로움이 덜한 슛에 ‘소녀 슛’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이런 오명도 스위스전 헤딩골로 깨끗이 씻었다. 이제 부담 없이 러시아 평가전(19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리더’ 이청용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홍명보 키즈’가 아니다. 홍 감독과 2008베이징올림픽 때 코치와 선수로 만난 게 인연의 전부였다. 그러나 확 젊어진 대표팀의 독보적 존재다. 스위스전 때 주장 완장을 찬 이청용은 동료들을 훌륭히 통솔했다. 첫 경험이나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나운 투사로 변신했다. 이청용은 16일 두바이 출국에 앞서 “한 두 명이 좋은 것보다 모두가 좋아야 한다”고 러시아전 출사표를 던졌는데,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제 베테랑 반열에 올라 리더십까지 장착한 젊은 에이스는 내년 월드컵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