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에서 외국 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단연 노진규(21·한국체대)다.
노진규는 2011년 세계선수권 우승자로 그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나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개인전에는 출전할 수 없다. 올해 3월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그치는 바람에 남자 5000m 계주 출전권만 따냈기 때문이다.
개인전 출전 자격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신다운(20·서울시청)과 대표선발전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한빈(25·서울시청), 박세영(20·단국대)이 갖고 있다. 세 선수 모두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해 아직은 팀을 이끌 에이스라고 부를 수 없다.
17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서 한국은 에이스 부재 속에 개인전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얻어낸 메달이었다.
소치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크게 부진하면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신다운의 부진이 뼈아프다. 신다운은 남자 1500m에서 7위에 그쳤고, 1000m에서는 임피딩(밀기) 반칙으로 실격을 당해 40위에 머물렀다. 개인전 전 종목과 계주 출전권까지 갖고 있는 그는 1∼4차 월드컵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부담까지 겹쳐 실격은 물론이고 여러 차례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했다.
반면 경쟁 국가들은 확실한 에이스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냈다. 러시아에는 한국에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28)가 남자 500m 금메달과 은메달 2개를 따냈고, 캐나다는 샤를 아믈랭이 남자 1000m, 미국은 J R 셸스키가 15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들은 제자리인 반면 경쟁자들은 불과 몇 달 사이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윤재명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동시에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올림픽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체력과 스피드 등을 보완해 남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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