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손정오(32)가 프로복싱 WBA 밴텀급 세계챔피언 가메다 고키(27·일본)를 상대로 세계타이틀 도전에 나선다. 이번 세계타이틀 매치는 19일 오후 10시, 제주 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리며 채널A에서 단독 생중계한다.
한국 남자복싱은 지인진 선수가 2007년 7월 챔피언벨트를 반납한 이후 6년 4개월간 세계챔피언이 없어 복싱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한국 복싱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더욱 주목받는다.
챔피언 가메다 고키는 일본에서 새로운 복싱 붐을 일으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 WBA 밴텀급 뿐만 아니라 WBA 라이트플라이급, WBC 플라이급 등 3체급 현역 챔피언인 그는 도발적인 언행과 엔터테이너 기질로 인기를 모았다. 명문 복싱가인 가메다 집안의 장남으로 3형제가 모두 세계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
반면 도전자 손정오는 신인 시절 유망주로 꼽혔지만 한국 복싱의 침체로 제대로 된 시합 기회를 얻지 못해 무명이 되어버린 비운의 복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 때 복싱을 그만뒀지만 세계챔피언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세계챔피언 도전을 위해 15년을 기다려왔다는 손정오는 현재 한국 복서들 가운데 가장 세계챔피언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선수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된다. 파이트 머니로 20억 원 이상을 받는 가메다 고키는 손정오를 '가벼운 방어전 상대' 정도로 평가하면서도 손정오와 비슷한 스타일의 필리핀 챔피언을 한 달간 스파링 파트너로 두고 연습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엘리트 훈련을 받아온 그는 "12라운드까지 갈 일도 없다. 중반쯤 끝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하지만 손정오는 "나의 경기일 뿐 아니라 한국 복싱을 위한 경기"라며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체육관 작은 옥탑방에서 기거하며 훈련해온 그는 "눈물과 아픔, 좌절로 얼룩진 시간을 견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무명 복서와 모든 것을 가진 챔피언의 대결은 19일 오후 10시, 채널A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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