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사진) 감독은 아시아시리즈에서 2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호주의 캔버라에 일격을 당해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18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캔버라전에서 5-5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잭 머피에게 2점홈런을 맞은 뒤 추가 2실점하며 5-9로 패했다. 뜻밖의 패배였기에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1년간 성원해주신 야구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아시아시리즈 준결승에서 패해 대단히 죄송하다. 다음기회가 있으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류 감독은 비록 번외 대회라고는 하지만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패했기에 허탈한 마음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사실 이번 대회에 제대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핵심 선발투수인 윤성환과 용병 릭 밴덴헐크는 어깨 통증으로, 장원삼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좌완 불펜 권혁과 4번타자 최형우는 수술로 불참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한국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감독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수가 없다는 말을 하면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뭐가 되느냐. 결과가 좋지 않아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이겨야했는데, 감독이 무능해서 졌다.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며 아시아시리즈의 패배를 오로지 감독 탓으로 돌렸다. 이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선수들 기가 다 빠진 상태에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승의 여운을 즐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서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그러면서 “올해는 2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부터 시작해 아시아시리즈까지 참 길다. 이제 진짜 끝났나?”라며 힘없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삼성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대회 주최측에서 70명의 대규모 선수단이 이동하는 항공편 일정을 한꺼번에 변경할 수 없다고 알려와 예정대로 21일 귀국한다.
타이중(대만)|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