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와 승점 같은 살얼음 11위 팀이 필요로 할 때 부상 미안함 최근 3경기서 5득점 부활 시동
아내와 아들은 날 뛰게 하는 힘 아빠·고참의 이름으로 백의종군!
한 게임 한 게임이 절박하다. 경남FC는 K리그클래식(1부 리그) 스플릿라운드 그룹B(8∼14위)에서 힘겨운 강등 경쟁을 진행 중이다. 37라운드까지 7승11무17패(승점 32)로 11위. 하지만 12위 강원FC와 승점 동률을 이룬 채 골 득실(경남 -14, 강원 -29)에 앞섰을 뿐이다. 13위 대구FC(승점 29), 14위 대전시티즌(승점 28) 모두 경남을 충분히 넘을 수 있어 살얼음판이다. 항상 높은 클래스는 아니었어도 꾸준히 중상위권에 머물던 경남이라 처한 현실은 굉장히 어색하다. 선수단도 혼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강등=팀 해체’까지 운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강등 경쟁을 경험했고, 이를 당당히 극복했던 이가 있다. 베테랑 미드필더 김형범(29)이다. 작년 시즌 대전시티즌에 몸담으며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인 적이 있어 지금 상황이 생소하진 않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안다. 경남은 주말 제주 유나이티드(원정)에 이어 27일 대전(홈), 30일 대구(원정)전을 앞뒀다. 김형범의 활약이 필요하다. 김형범은 “경남의 생존은 당연하다. 밖에선 우리가 살아남으면 기적이라고 하는데 그간 쏟은 열정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고 했다.
● 절박함을 알기에
-팀 상황이 불안한데.
“분명 안 좋다. 이럴 때 더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지금 가라앉으면 한없이 내려앉는다. 더 활기차게 해야 할 뿐이다. 아직 우린 3경기가 더 남았다.”
-지금 경남 선수단은 어떤지.
“처음 겪는 (강등권 싸움) 상황이라 다들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워 한다. 고참들이 왜 중요한지 고참이 돼 보니까 느끼고 있다.”
-작년 대전에서 강등 싸움을 해봤는데.
“그 자체만 봐선 절대 추천하고픈 경험은 아니지만 내게는 큰 도움이 됐고, 힘이 됐다. 잘 추슬러서 동료들과 뭉치고 있다. 좋아질 일, 좋은 일만 남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가장 중요할 때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좋았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 늦게 복귀해 미안할 뿐이다. 지금까지 못했던 걸 그 이상 하려 노력한다.”
김형범은 최근 3경기 5득점이다. 해트트릭도 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8월 FA컵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쳤다. 2곳이 골절됐다. 신경도 아직 안 돌아왔다. 엉덩이 부위는 무감각 상태다. 시즌 아웃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하지만 위기의 팀을 외면할 수 없었다. 10월 초 복귀했다. 마지막 드라마의 느낌을 ‘잘 알기에’ 환희를 꿈꾸고 있다.
● 위기에 강하다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다.
“나도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자존심 지키려 불필요한 오기도 부려봤고. 한데, 시간이 흐른 뒤 그 때를 돌이켜보니 다 부질 없더라. 소득이라면 팀의 의미를 안다는 점이다. 난 그렇게 말해준 고참들이 주변에 많았는데, 정작 난 그렇지 못했다. 못 다했던 것, 못했던 걸 만회하기 위해 더 뛰고 있다.”
-위기극복 노하우가 있나?
“어려울수록 뭉쳐야 한다. 지금은 영웅도 필요 없다. 답은 나왔다. 희생이다. 나를 낮추면 결과가 보상해주더라. 부상이 많았고, 그 때마다 잘 극복했다. 경험상 부상 회복 직후가 가장 위험한데 그 시기도 지났다.”
김형범은 힘의 원천으로 가족을 꼽는다. 작년 말 혼인신고만 하고,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못한 동갑내기 아내(서규린)와 3월 태어난 아들(민준)과 떨어져 지내지만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족이 보고 싶을 텐데.
“함께 못 지낸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큰 희생은 아니다. 이 정도 노력쯤은 우리 모두가 하고 있다. 프로의 자세를 하나씩 깨우친다.”
-경남은 살아남을까.
“지금 우린 11위다. 12위도 챌린지(2부 리그) 1위 상주상무와 플레이오프(PO)를 거쳐야 한다. 더 낮아질 순위는 없다. 더욱이 생존이 기적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린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꼭 생존한다. 우승보다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