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시아시리즈가 ‘잊혀진 대회’처럼 돼가고 있다. 아시아시리즈는 2005년 출범한 이후 2008년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졌다. 그 4년간 전부 일본팀이 우승을 차지했으나, 최고 인기팀 요미우리가 한번도 대회에 나가지 못해 흥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결과 정작 요미우리가 우승한 2009년에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한·일클럽챔피언십으로 단판승부만 치러졌다. 2011년에는 대만 타이중, 2012년에는 한국 부산에서 개최된 뒤 2013년 다시 타이중에서 열렸다.
한국은 2011년 삼성이 일본 소프트뱅크를 깨고, 아시아시리즈 최초로 일본의 연속우승행진을 깼다. 그러나 이후 2012년에는 삼성과 롯데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고, 2013년 삼성은 18일 4강전에서 호주 캔버라에 5-9로 패해 결승 진출에 또 실패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도 뒷맛이 씁쓸하게 됐다.
이 와중에 19일에는 일본 챔피언 라쿠텐마저 대만 챔피언 퉁이에 1-4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일본팀이 결승에 못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퉁이의 외국인투수 넬슨 피게로아는 9이닝 4안타 1실점으로 라쿠텐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로써 2013 아시아시리즈 결승은 20일 퉁이와 캔버라의 대결로 펼쳐졌다.
그러나 이변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삼성과 라쿠텐은 대회에 임하는 동기부여가 부족했다. 라쿠텐은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를 대만에 데려오기만 했을 뿐 등판시키지 않았고, 용병을 포함한 주력 선수들도 대거 빠졌다. 퉁이와의 4강전에서도 신인 미야가와 쇼를 선발로 내세웠다. 삼성 역시 오승환, 장원삼, 윤성환, 최형우, 밴덴헐크 등 핵심 멤버를 대거 제외했다. 이제 아시아시리즈는 ‘왜 이 대회를 해야 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