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로 돌아온 최준석(30·사진)의 백넘버는 어떻게 될까. 최준석은 롯데가 4년 총액 35억원을 들여 영입한 프리에이전트(FA)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라면 원하는 등번호를 골라 달 수 있다. 두산 시절 달았던 10번을 롯데에서 그대로 선택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최준석이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는 것이 롯데 구단 관계자의 얘기다.
롯데의 ‘10번’이 다소 주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다. 10번의 오랜 임자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4번타자였던 이대호(오릭스)였다. 그런데 이대호가 2011시즌을 끝으로 롯데를 떠난 뒤 10번을 단 선수들이 롯데에서 뿌리를 못 내리는 현상이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송창현은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리치몬드는 롯데에 합류해 훈련 첫날 부상을 당해 퇴출됐다. 이후 롯데의 10번은 비어있었다. 최준석이 10번을 달면 이대호가 떠오른다는 부담감도 생긴다.
사실 2001년 롯데 입단 때부터 최준석은 이대호와 절친이었다. 최준석이 2006년 두산으로 이적해 등번호 10번을 선택한 것은 이대호의 영향이 컸다. 롯데 시절에는 입단 동기생 이대호가 10번을 선점했기에 최준석은 20번을 달았다. 이 때문에 그 시절 배번인 20번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 20번도 불길한(?) 번호다. 투수 이승호는 NC의 특별지명으로 떠났고, 이를 물려받은 김승회가 올 시즌 도중 32번으로 바꾼 뒤 주인이 없다. 무엇보다 최준석이 이 번호로 트레이드의 설움을 당했다.
최준석은 단순히 징크스 차원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각오가 크기에 10번도, 20번도 아닌 제3의 백넘버를 택할 수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11월까지 백넘버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