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2골을 내줬다. 첫 번째 실점장면이 문제였다.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낮은 크로스를 방어하려 손을 뻗었지만 볼이 흘렀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러시아 스몰로프가 차 넣었다.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성룡은 슬럼프다. 지난 달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였고, 10일 포항과 리그 경기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로 자책성 실점을 했다. 이번 러시아와 평가전이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외려 더 독이 됐다.
골키퍼 코치들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았다. 2010남아공월드컵 때 대표팀에서 정성룡을 가르친 김현태 인천 코치는 “골키퍼는 ‘잘 해야지’ ‘저번 실수 만회해야지’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해야 한다. 성룡이를 보면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또 골키퍼는 자신감이 생명인데 성룡이가 잔뜩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성남일화에서 정성룡을 지도한 차상광 스카우트도 “너무 생각이 많다. 실점 장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건 순간 대처 능력인데 뭔가에 쫓기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두 코치는 정성룡의 성품이나 성실함, 개인기량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김 코치는 “성룡이는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 그렇게 성실하고 착한 선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차 스카우트도 “훈련을 그만하라고 해야 멈출 정도다. 실력도 한국 최초로 유럽 진출을 꿈꿔도 될 정도다”고 인정했다.
정성룡은 초심을 찾아야 한다. 차 스카우트는 “골키퍼는 평소 훈련하던 것이 자연스럽게 그라운드에서 나온다. 스텝 등 기본훈련을 충실히 하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다. 김 코치는 “대표팀은 늘 경쟁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도 이운재라는 확실한 경쟁상대가 있어 정성룡이 성장했다. 김승규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주전을 차지해야 한다는 마음을 성룡이가 가져야 한다.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답은 하나다. 스승들의 조언을 교훈 삼아 정성룡 스스로 무너진 마인드를 추스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