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라 놀리지 마, 어제의 한화가 아니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준족 정근우, 이용규+대도 이종범 코치’ 시너지 효과 기대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2루수 정근우(왼쪽)와 외야수 이용규가 19일 한화의 가을 캠프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화 제공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2루수 정근우(왼쪽)와 외야수 이용규가 19일 한화의 가을 캠프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화 제공

1000도루 클럽이 탄생했다.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 한화 주루코치(43·사진)는 현역 시절 510도루(역대 2위)를 기록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에 둥지를 튼 정근우(31)는 올해까지 도루 269개, 이용규(28)는 245개를 기록 중이다. 세 명의 통산 도루 기록을 합치면 1024개나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0도루 클럽을 개설한 건 이번에 한화가 처음이다. SK도 2010년 역대 통산 도루 1위(550개) 전준호 코치(현 NC)를 주루코치로 영입했지만 당시 정근우(166개)와 박재홍(262개)의 기록을 합쳐도 978개로 세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야구에서 1, 2번 타자를 함께 일컫는 ‘테이블세터’는 문자 그대로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득점 기회를 만들면 3∼5번 타순에서 기다리고 있는 싹쓸이 삼총사(클린업 트리오)가 타점을 올린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득점 공식이다.

밥상을 차린다는 건 단지 출루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주자가 1루에 있는 것보다는 2루에 있을 때 당연히 득점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테이블세터의 또 다른 상징은 빠른 발이다. 올해 9개 구단 도루 수를 선발 타순별로 나눠 보면 단연 1번 타자의 도루가 가장 많았고(257개), 그 다음은 2번 타자(181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 1, 2번 타자들이 기록한 도루는 19개밖에 되지 않았다. 출루에 능한 선수가 없는 데다 발까지 느려 생긴 일. 한화는 결국 팀 도루 최하위(70개)에 그쳤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화는 팀 역사상 도루왕을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유이(唯二)한 구단이다. 삼성 역시 도루왕이 없었지만 도루가 필요 없을 만큼 탄탄한 타선 덕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근우는 올해 도루 28개, 이용규는 21개를 기록했다. 두 선수 기록만 합쳐도 한화 전체 팀 도루의 70%다. 두 선수 영입으로 한화는 팀 컬러 자체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발 빠른 주자가 나가 있으면 상대 배터리(투수+포수)는 빠른 공 위주로 승부하기 때문에 타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화가 가을캠프를 차린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을 찾은 정근우는 “(이)용규하고 앞에서 활발히 움직이다 보면 가라앉아 있는 팀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둘이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이용규 역시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 이 코치님이 멘토를 자처해 주신 덕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며 “2년 만의 뜻 깊은 만남인 만큼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화#프로야구#정근우#이용규#이종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