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도루 클럽이 탄생했다.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 한화 주루코치(43·사진)는 현역 시절 510도루(역대 2위)를 기록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한화에 둥지를 튼 정근우(31)는 올해까지 도루 269개, 이용규(28)는 245개를 기록 중이다. 세 명의 통산 도루 기록을 합치면 1024개나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0도루 클럽을 개설한 건 이번에 한화가 처음이다. SK도 2010년 역대 통산 도루 1위(550개) 전준호 코치(현 NC)를 주루코치로 영입했지만 당시 정근우(166개)와 박재홍(262개)의 기록을 합쳐도 978개로 세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야구에서 1, 2번 타자를 함께 일컫는 ‘테이블세터’는 문자 그대로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득점 기회를 만들면 3∼5번 타순에서 기다리고 있는 싹쓸이 삼총사(클린업 트리오)가 타점을 올린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득점 공식이다.
밥상을 차린다는 건 단지 출루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주자가 1루에 있는 것보다는 2루에 있을 때 당연히 득점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테이블세터의 또 다른 상징은 빠른 발이다. 올해 9개 구단 도루 수를 선발 타순별로 나눠 보면 단연 1번 타자의 도루가 가장 많았고(257개), 그 다음은 2번 타자(181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 1, 2번 타자들이 기록한 도루는 19개밖에 되지 않았다. 출루에 능한 선수가 없는 데다 발까지 느려 생긴 일. 한화는 결국 팀 도루 최하위(70개)에 그쳤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화는 팀 역사상 도루왕을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유이(唯二)한 구단이다. 삼성 역시 도루왕이 없었지만 도루가 필요 없을 만큼 탄탄한 타선 덕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근우는 올해 도루 28개, 이용규는 21개를 기록했다. 두 선수 기록만 합쳐도 한화 전체 팀 도루의 70%다. 두 선수 영입으로 한화는 팀 컬러 자체를 바꿀 수 있게 됐다. 발 빠른 주자가 나가 있으면 상대 배터리(투수+포수)는 빠른 공 위주로 승부하기 때문에 타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화가 가을캠프를 차린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을 찾은 정근우는 “(이)용규하고 앞에서 활발히 움직이다 보면 가라앉아 있는 팀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둘이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이용규 역시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 이 코치님이 멘토를 자처해 주신 덕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며 “2년 만의 뜻 깊은 만남인 만큼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