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끝난 경륜 한일전. 스포트라이트는 우승자 김민철(34·8기)에 집중됐지만 일본 선수들과 언론이 주목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주인공은 1일 열린 한일전 1차 예선에서 ‘깜짝 젖히기’를 선보였던 박건비(26). 후미에 있던 박건비는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선보이며 2착을 기록했다. 이 경기를 본 일본경륜 대표팀의 간판선수 사토우 토모카즈는 “박건비의 막판 스피드에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본 경륜전문채널 ‘FOURNINE’의 시노미 타츠오 PD도 “순발력이 인상적이다. 저 선수의 한국 랭킹이 어떻게 되냐?”며 관심을 보였다.
한민대-국민체육진흥공단-상무를 거쳐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박건비는 2012년 훈련원 19기 8위로 경륜에 데뷔했다. 10월 대상경주에서 동기들 중 맨 먼저 입상(3위)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선급에서 뛰며 올해 승률 16%, 연대율 37%로 선수랭킹 27위를 달리고 있다.
-한일 경륜전에 출전한 소감은.
“턱걸이로 발탁됐지만, 아마시절 경륜이 주종목이었고 일본과 대결 경험도 많아 걱정은 안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경주를 읽는 시야가 넓어진 점이 소득이다.”
-최근 경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14일 창원경륜 결승 때 발을 다쳐 8바늘을 꿰맸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빨리 스피드를 되찾아 자신 있게 레이스를 펼친 게 주효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자전거와 인연은.
“아버지가 양궁 선수 출신으로 서울 문정중학교 체육교사다. 그 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운동을 좋아하던 내게 사이클을 권유하셨다. 중2때 사이클부가 있던 송파중으로 전학을 가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2월 24일 특선급 첫 우승을 잊지 못한다. 신인이라 경주운영이 서툴러 고전을 거듭했는데 그 경주에서 추입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말 짜릿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순발력과 몸싸움은 자신있다. 경주 스타일이 ‘자유형’이라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데, 짧은 승부가 편하다. 지구력이 약해 긴 거리 승부는 부담스럽다.”
-잘생긴 얼굴로 경륜계의 ‘F4’로 불린다.
“언론을 통해 별명을 알게 됐다. 입소하면 선수들이 ‘꽃남, 왔어?’라고 놀린다. 스스로 미남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쑥스럽다.”
-집은 서울인데 혼자 대전 유성에서 자취를 한다.
“실력을 올리기 위해 경륜 유학을 간 거다. ‘유성팀’에 홍석한, 김현경, 김원정, 류군희 등 훌륭한 선배들이 많아 배울 게 많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집밥’을 먹을 순 없지만 자상한 선배들 덕분에 마음은 편하다. 훈련에 집중하려고 당분간 여자친구는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