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25)은 국내 최고의 ‘안타제조기’다. 올 시즌 172안타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쉽게 수위타자는 놓쳤지만, 타율 0.345로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최고 타율도 기록했다. 최근 4년 연속 3할을 쳤고, 시즌 안타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 시즌 그가 때린 172안타는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손아섭은 일찌감치 내년 목표를 180안타로 정했다. 180안타를 쳐낸 선수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이종범(한화 코치), 이병규(LG), 마해영(XTM 해설위원) 등 3명뿐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는 1994년 196개를 기록한 이종범이 보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종범을 넘어서 한 시즌 200안타를 때려내보겠다는 것이 손아섭의 가장 큰 꿈이다. 172안타-타격 2위…올해 목표는 절반의 성공 이종범 선배 넘어 국내 첫 200안타가 최종 꿈
올해 NC·SK 용병들한테 고전…타율 2할대 내년엔 전 구단 상대 3할! 지난 경기 복기 중
역시 홈런 쳐야 두려운 타자…타격폼 교정도
● 팀이 4강에 못 올라 모든 게 아쉽다!
-한해가 끝났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어떤가?
“잘 했는데 아쉬움도 크네요. 타율과 안타는 제가 목표한 것을 이뤘고요. 도루도 36개나 했어요. 반면에 홈런과 타점은 중심타자로는 부족했어요. 가장 아쉬운 건 팀이 4강에 못 간 거죠.”
-6년 만의 4강 탈락이다.
“최근에 계속 가을야구를 했는데 막상 떨어지니까 너무 아쉬워요. 팀이 4강에서 떨어지니까 개인성적은 이야기할 게 못되더라고요.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롯데를 4강권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전력이 많이 약해졌잖아.
“그렇죠. 올해 5위를 한 게 어찌 보면 우리 팀 전력으로는 잘 한 거라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4강에 못 든 건 사실이니까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꼭 가을야구 하고 싶어요. 삼성과 두산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하는데 정말 부러웠어요.”
● 초등학생에게 내 폼 권유 못한다!
-타격폼을 수정하고 있다고 들었다.
“네. 위원님도 아시지만 제 폼이 절대 좋은 폼이 아니잖아요. 제가 하체를 잘 못써요. 콘택트 능력과 손목 사용은 좋은 편인데, 전체적으로 상체 의존도가 높은 편이죠. 지금은 젊고 힘이 있어서 버티지만 나이가 들면 위험할 수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싹 바꾸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고요. 하체를 좀더 이용하면서 힘을 싣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지난해도 그랬지만 올해도 자신에게 엄격하다.
“성적이 좋을 때도 불만이 많았어요. 타격폼에 대한 생각과 실제 타격할 때가 다르니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제가 제 폼은 초등학생에게 권유 못해요. 결코 좋은 폼이 아니거든요.”
-폼을 바꾸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연습할 때는 괜찮아요. 내년 게임 때 다시 옛 습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하체리듬을 최대한 살리려고요.”
-성적이 좋은데 폼을 바꾸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도기본을 따라가는 거니까 괜찮아요. 하체를 좀더 이용하면 홈런수도 15개 이상은 나올 거예요.”
-손아섭이 홈런타자는 아니잖아?
“배트 스피드가 좋으니까 하체리듬만 잘 살리면 타이밍으로 충분히 홈런 칠 수 있어요. 넥센 박병호 선배처럼 상대가 두려워하는 타자가 되려면 홈런이 필요합니다.”
-네가 보는 좋은 타격폼은 누구인가?
“저는 두산의 (양)의지 형 폼을 좋아해요. 밸런스도 좋고 굉장히 부드러워요.”
● 내년엔 180안타! 언젠가 이종범 코치 넘겠다!
-내년 목표는?
“수위타자와 180안타요.”
-지난해 이맘때 인터뷰할 때 올해 목표가 수위타자와 170안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타격 2위와 172안타를 기록했으니까 절반의 성공이죠.”
-180안타는 역대 3명이다.
“충분히 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범, 이병규, 마해영, 3명의 선배님이 기록했는데 선배님들 옆에 제 이름 올리겠습니다.”
-올해 생애 첫 수위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제가 2% 부족했죠. 가장 중요한 9월 성적이 좋지 못했어요. 그때 타격밸런스가 흐트러졌고 마음도 쫓긴 것 같아요.”
-내년에 180안타를 치면 수위타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제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안타를 치는 일이죠. 안타를 많이 때려서 압도적인 수위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내년에 180안타, 그리고 내후년에는 190안타, 그렇게 계속 도전할 겁니다.”
-190안타라?
“2경기에서 3안타를 치면 192안타가 돼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좀더 실력을 쌓고 기복을 줄인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94년 이종범이 기록한 196안타가 최고다. 넘어설 수 있을까?
“그게 최종 목표죠.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 정말 한번 해보고 싶은 목표요. 게임수가 다르지만 미국과 일본에선 200안타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없잖아요. 한국에서도 200안타를 때리는 선수가 나와야죠. 그런 숫자들이 저에게 꿈을 주고 에너지를 가져다줍니다.”
● 용병 4명을 넘어야 수위타자, 180안타 가능하다!
-용병 4명에게 42타수 2안타, 정말 못 쳤는데. 올해 가장 힘들었던 투수는 누구인가?
“NC 찰리하고 에릭이죠. 진짜 못 쳤어요. 1년 동안 둘에게 안타 딱 두 개 쳤어요. 찰리한테 10타수 무안타, 에릭한테 18타수 2안타. 둘 다 볼 움직임이 좋아요. 빠르게 변하는 싱커나 체인지업도 좋고요. 또 약한 투수가 있었어요. SK 세든과 레이예스에게도 안타 한 개도 못 쳤어요. 용병 4명에게 42타수 2안타예요. 하도 못 쳐서 4명과의 경기 모습을 요즘도 복기하며 분석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뭔가 좀 만회하는 모습 보여줘야 하니까요.”
-내년에 용병 4명과의 성적이 기대된다. 결국 넷을 넘어서야 수위타자, 180안타가 좀더 쉬워지겠네.
“올해 다른 구단과의 타율은 다 3할이 훌쩍 넘었는데 NC와 SK전은 2할대에 머물렀어요. 내년에는 전 구단을 상대로 3할을 쳐보고 싶네요.”
● 1년 쉬었으니 다시 가을야구 나가야 한다!
-내년 롯데는 어떨까?
“1년 쉬었으니까 다시 가을야구 해야죠. (장)원준이 형이 제대하고 왔잖아요. 사실 야구가 투수 놀음인데,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으로 나가면 선발 정말 센 거 아니에요? 최준석 선배님도 오셨잖아요. 15승 투수에 4번타자가 보강됐고, 또 외국인타자 한 명 들어오면 해볼 만하죠.”
-내년에는 타격의 팀 롯데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올해는 우리 팀 타격이 부진했죠. 홈런도 적었고. 홈런이 적으면 투수가 아무래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 내년에는 분명 좋아질 것 같아요. (강)민호 형, (전)준우형도 올해보다 더 잘 할 테고요. 내년에는 사직구장에 다시 신바람이 불게 해야죠.”
-도루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36개나 성공했다.
“무엇이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많이 뛰라고 하셨고요. 도루성공률이 84%%였다는 게 뿌듯하고요. 내년에도 30개 이상은 할 생각입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내년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왼쪽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일본에서 재활훈련 잘 마쳐 좋아졌고요. 오늘은 모처럼 친구들과 영화 ‘친구2’ 보러 갈 생각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