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많은 오사카 연고…팬층 강화 목표 韓 관광객 흡수…오승환 김치덮밥 등 구상 한국방송사 통해 홈경기 중계권 판매 계획
일본프로야구 한신이 한국의 최강 마무리 오승환(31)을 2년 총액 9억엔(약 95억원)에 잡았다. 2011년 이대호의 오릭스 입단조건(2년 7억엔)을 뛰어넘는 한국 선수의 일본 진출 사례 중 역대 최고대우다. 일본은 한국의 삼성, LG, SK처럼 대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는다. 언론사, IT기업, 식음료회사, 철도회사, 금융회사 등 중견기업군이 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적자에 초연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과거 한신은 한국선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가 금액 문제 탓에 변죽만 울리고 철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랬던 한신이 거금을 들여 오승환을 데려갔다. 투자액 이상의 가치를 발할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작용했을 터. 그리고 그 가치는 단순히 야구실력에 국한되지 않고, 마케팅에까지 해당된다.
● 한신의 오승환 마케팅 전략
한신의 오승환 마케팅 타깃은 한국인이나 재일교포 팬층을 확대하는 데 집중돼있다. 한신의 홈인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다. 한국의 부산처럼 기질적으로 화끈하고, 야구에 열광한다. 그러나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한신의 홈 관중은 3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다시 300만 관중을 넘어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9시즌 동안 277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을 영입해 뒷문을 강화했다.
여기에 더해 오사카는 일본 내 가장 많은 재일교포가 살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팬들은 오직 오승환만을 위해 고시엔구장을 찾을 수 있는 잠재고객들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한신은 오승환을 관광 상품화해 한국 팬들까지 흡수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25일 ‘(한신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 내 한글 사이트 개설’, ‘오승환 야구용품의 개발’, ‘오승환의 이름을 딴 김치덮밥 등 메뉴 출시’ 등 한신이 생각하고 있는 마케팅 아이템을 소개했다.
● 오승환 중계권 판매는 숨은 플러스알파(+α)
한신은 내심 오승환의 TV 중계권을 한국에 팔고 싶은 속내를 지니고 있다. 스포츠호치는 ‘2011년 오릭스는 박찬호와 이승엽을 동시 영입해 홈경기 중계권을 한국방송사에 연 1억 엔(추정)에 팔았다’고 소개했다. 물론 마무리투수인 오승환의 보직상, 중계권 계약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겠지만 이런 부수효과를 오승환을 통해 노려보겠다는 속셈이 읽혀진다. 실제 이승엽이 2006시즌 후 요미우리와 4년 총액 30억엔의 초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방송사의 중계권이 숨어있었다.
마케팅이든 중계권이든 일단 오승환이 일본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 역시 한신은 잘 알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인 만큼 관리에 전념을 다할 전망이다. 스포츠호치는 ‘스프링캠프와 정규시즌 내내 오승환을 위한 주거시설과 음식까지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