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울산)의 독주 체제로 굳어져가던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득점왕 타이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터줏대감' 데얀(서울)의 상승세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데얀은 지난 24일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부산과의 홈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17골을 기록했다. 현재 19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신욱과는 2골 차.
팀별 2경기를 남긴 현재, 김신욱이 다소 유리하긴 하지만 몰아치기에 강한 데얀의 기세를 얕볼 수는 없다. 데얀은 11월 4경기에서 무려 7골을 터뜨렸다. 그것도 수원전 2골, 전북전 3골, 부산전 2골 등 멀티골을 터뜨렸다는 점에게 최고조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남은 포항과 전북 전은 데얀이 전통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온 팀들이다.
반면 김신욱은 대표팀 차출 등으로 컨디션에 곤란을 겪은 듯, 11월 3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대표팀 차출 기간 도중 발목을 다치는 등 악재도 뒤따랐다. 하지만 김신욱으로서는 생애 첫 득점왕에 대한 갈망이 간절하다.
K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한 득점왕 경쟁은 지난 2003년에 벌어졌다. 김도훈(성남)-도도(울산)-마그노(전북)가 3파전을 펼친 것. 시즌 최종전 직전까지 마그노가 27골, 김도훈이 26골로 2파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도도가 마지막날 무려 4골을 터뜨리며 27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도훈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 이날 무득점에 그친 마그노를 제치고 총 29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5년에는 박주영(서울)과 마차도(울산)이 맞붙었다. 당시 정규시즌 외에도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득점까지도 합산해 득점왕을 결정했다. 박주영은 정규리그에서 12골을 성공시켜 앞서갔지만, 소속팀 서울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골 행진이 멈췄다. 반면 마차도는 플레이오프에서 1골, 챔피언결정전에서 2골을 올리며 총 13골로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다.
2002년에는 에드밀손(전북)과 우성용(부산)의 대결이 벌어졌다. 시즌 초 우위를 점했던 우성용이 9월 이후 7경기 무득점을 기록하는 사이 에드밀손이 피치를 올렸다. 결국 에드밀손이 14골로 13골의 우성용을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 1985년에는 피아퐁(럭키금성)과 김용세(유공)가 12골로 동률을 이뤘고, 출전 경기수도 같았다. 결국 20분을 적게 뛴 피아퐁이 득점왕에 올랐다.
올시즌 역시 득점이 동률일 경우 출장경기수와 출장시간에 따라 득점왕을 정한다. 올시즌 데얀은 총 27경기, 김신욱은 35경기에 출전한 만큼 데얀이 막판 몰아치기에 성공할 경우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데얀-김신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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