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산으론 인천 장애인AG 못 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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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장애인체육회장 취임 일성
“아무리 줄여도 1027억원 드는데 예산은 4년 전 책정된 599억원”

“지금 예산이라면 대회 개최를 포기하는 게 낫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김성일 회장(55·사진)이 취임 이튿날인 2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첫 공식 일정으로 언론을 만나 장애인아시아경기 얘기를 꺼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해서다. 그는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인천시는 2009년 아시아경기를 유치하면서 면밀한 검토 없이 장애인대회 예산으로 599억 원을 편성했다.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대회의 예산에 물가 인상률만 포함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보다 대회 규모가 1.5배 정도 커진 데다 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 예산으로는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성화 봉송 이벤트를 없앴다. 문화행사도 대부분 포기했고 개·폐회식 비용도 최대한 줄였다. 그래서 나온 최소 예산이 1027억 원이다. 올 국회 예산 심의에서 이 액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개최를 포기하는 게 대한민국의 위상 추락을 막는 일”이라며 “보통 국제대회 예산은 국비 3분의 1, 시비 3분의 1, 후원금 3분의 1로 편성되는데 장애인대회는 후원 기업을 구하기가 어려워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 전체 예산(1027억 원)의 3분의 2에 가까운 600억 원 정도는 정부가 확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천 조직위 사무실에는 ‘파부침선’(破釜沈船·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이 적힌 대형 액자가 걸려 있다.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지언정 질 수는 없다)라는 문구도 있다. 공군 참모총장 출신답게 장애인아시아경기의 성공 개최를 위해 ‘배수진’을 친 그는 “4년 동안 대회를 기다려온 장애인 선수들의 꿈을 대한민국이 꺾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통령께서 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신데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그 자체로 복지다. 기업들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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