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의혹속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까지 투명행정 강조 취임초기 개혁의지 퇴색 팬들 “많은걸 기대했는데 개선된 게 없다”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9개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4년 임기 중 1/5 가까운 시간이 지났건만 축구협회의 가시적인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1월28일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야심 찬 출발을 알렸던 정몽규 회장 체제의 현실이다.
취임 초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정 회장은 당선 후 협회장 선거에서 각축을 벌였던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축구연맹회장, 윤상현 국회의원을 만나 각계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5월에는 비상임기구인 미래전력기획단을 신설하며 허 회장 선거캠프의 브레인 역을 맡았던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끌어안았다. 분열된 축구계 통합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끊임없는 과오로 질타를 받은 축구협회가 변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줬다. 전임 조중연 집행부는 독선적인 행정으로 공분을 샀다.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주고 퇴사시키며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 그뿐 아니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다. 편 가르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런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게 바로 정 회장의 책무였다. 하지만 변화는 거의 없었다.
스포츠동아는 27일자 보도를 통해 축구협회가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과 자산가를 추적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점이 이례적이었다. 5월 정기 감사에서 탈세 혐의가 포착되거나 내부고발자가 결정적인 비리 제보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릴 만큼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축구팬들은 정 회장 부임 이후 많은 기대를 했다. 젊은 CEO의 이미지가 축구협회를 정상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이 이곳저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한 축구팬은 “협회장이 바뀌면서 많은 기대를 걸었건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밥 그릇 싸움을 개탄하며 서슬 퍼런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투명한 행정에 대한 팬들의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 집행부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행정 때문에 또 다시 팬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의 취임사는 한국축구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취임사에서 ▲축구문화의 혁신 ▲인프라의 확충 ▲국제적 위상 제고를 강조했다.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투명 행정을 역설했다. “이 모든 노력은 더 투명하고, 더 개방적이며, 더 변화하는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