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부임 첫 해 K리그 감독상 이어 2년 만에 아시아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 초 슬럼프 극복…ACL 준우승에도 “경험 없는 나 때문에 우승 못해” 자책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 센세이셔널하다.
최 감독은 2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정식감독 부임 첫 해 K리그 감독상을 받은데 이어 2년 차에 아시아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수상소감을 밝히는 최 감독을 보며 첫 만남이 떠올랐다. 서울 담당기자가 돼 최 감독을 정식 대면한 것은 작년 1월이었다. 구리훈련장 인근 식당에서 인터뷰를 했다. ‘서울 맨’이라는 자부심이 인상적이었다. 최 감독은 “진정한 난 놈은 (신)태용 형(2010년 말 신태용 감독이 성남의 챔스리그 우승을 이끈 뒤 ‘나는 난 놈인 것 같다’고 인터뷰)이 아니고 내야”라고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자신이 더 잘났다는 뜻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에 명문 구단 사령탑을 맡은 책임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최 감독은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 승용차 창문까지 내리고 관리인에게 인사를 했다. 어디서든 말단 종업원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고 했다. 구단에 누가 되는 행동은 최대한 삼가려는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작년 하늘을 훨훨 날았다. 감독 1년차에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적수가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잡았다. K리그 감독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 최 감독은 잘 나갈수록 겸손하려 애썼다. 라이벌전 패배가 자극이 됐다. 승부욕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 감독에게 작년 라이벌 수원삼성 전 연패는 뼈에 사무치는 아픔이었다. 그는 수원에 패한 날이면 집 옥상에 있는 그네에 딸을 태우며 마음을 달랬다. 패배의 아픔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자극으로 생각하려 했다. 그는 올해 수원을 상대로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징크스를 깨끗하게 털어냈다.
최 감독은 올 초 심각한 우승 후유증에 시달렸다. 서울은 리그 초반 7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특히 수비 불안이 문제였다. 나름 속사정이 있었다. 작년 4-3-3 포메이션을 즐겨 썼던 최 감독은 올해 공격수를 1명 늘린 4-4-2로 바꿨다. “아직 젊은 지도자인데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초반에 이렇게 부진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들부터 동요했다. 다시 4-3-3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최 감독도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과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선수들을 설득하고 다독이며 원래 계획대로 이끌었다. 서울은 멋지게 슬럼프를 탈출했고, 내년 챔스리그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올해 챔스리그 준우승은 그에게 환희인 동시에 아픔이었다. 결승까지 오른 것만도 대단했지만 2%%가 부족해 새 역사를 못 썼다. 그는 광저우(중국)에 우승을 내준 뒤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더 경험 많고 좋은 감독이었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큰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다음에 기회를 잡으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AFC 올해의 감독상은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줄 아는 최 감독에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