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박지영 “괴물 루키요? 무려 4수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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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7시 00분


“움츠렸던 만큼 멀리 뛴다.” 루키 박지영은 3전4기로 경륜훈련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졸업후 실전 레이스에 뛰어들자 물 만난 고기처럼 3연승을 올렸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움츠렸던 만큼 멀리 뛴다.” 루키 박지영은 3전4기로 경륜훈련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졸업후 실전 레이스에 뛰어들자 물 만난 고기처럼 3연승을 올렸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벨로드롬에 나타난 신성 박지영

데뷔 후 3연속 우승…특별승급 도전
축구선수 출신…취미로 사이클 시작
훈련원 3전 4기 합격 원종구 선배 덕
“3년 안에 특선급 선수가 되는게 목표”

10일 광명스피돔은 ‘괴물 신인’의 출현으로 술렁거렸다. 박지영(27·20기)이 선발급 결승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8일 데뷔전을 포함 사흘 연속 우승으로, 실전 경주에 투입되자마자 다음 회차에 특별승급 기회를 잡았다. 성적뿐만 아니라 전법과 기록도 주목받았다. 신인답게 호쾌한 선행을 구사했고, 200m 실전 랩타임을 특선급 강자들과 견줘도 손색없는 11초 초반대를 찍었다. 특히 9일 기록한 11초27은 선발급 역대 최고기록이었다. 거침없는 페달링으로 벨로드롬에 루키 돌풍을 예고한 박지영을 만났다.

- 데뷔전을 치른 소감은.

“아마추어 때와 달리 관중이 있어 많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 만족한다.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 비선수 출신인데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는.

“서울 남강고 시절 축구선수였다. 개인적인 일로 2학년때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쳤다. 취미로 사이클을 타다 동호회의 주선으로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 대회에서 일반인 9개 구간 중 5개 구간을 우승했고, 나를 눈여겨 본 의정부시청 최병창(55) 감독님께 스카우트됐다. 최 감독님은 ‘경륜 레전드’ 조호성 선수를 배출한 분인데 내게도 무한 신뢰로 실력과 자신감을 키워주셨다.”

- 경륜 데뷔 과정도 탄탄대로였나.

“정반대다. 무려 4수 끝에 경륜훈련원에 들어갔다. 함께 준비했던 선수들이 모두 합격하고, 혼자 남아 훈련할 때 정말 괴로웠다. 아마시절 장거리가 주종목이었기 때문에 단거리 경륜 경주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인천팀 원종구(40·5기) 선수에게 음료수 한 박스를 사들고 찾아가 경륜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렸다. 함께 다녀온 제주도 동계훈련이 ‘3전4기’ 합격의 비결이다.”

- 한 달간 프로 선수로 살아본 소감은.

“잠 잘 때와 밥 먹을 때만 빼놓고 경륜만 생각한다. 훈련원 졸업 후 동서울팀에 합류했는데,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특선급 신은섭, 정재완 선수의 순간 스피드, 우수급 임규태 선수의 경주운영 등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이 배운다. 성적이 좋아도 자만하지 않고 선배들의 장점을 계속 배우겠다.”

- 롤 모델이 있나.

“비선수 출신의 1기 장보규(39) 선수와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구사하는 조봉철(34·14기) 선수다. 그 선배들처럼 멋진 선행형 강자가 되고 싶다.”

- 경륜선수로서 각오와 목표는.

“경험이 쌓이더라도 초심을 유지하고 싶다. 응원해주는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싶다. 3년 안에 특선급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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