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달러(약 106억원)짜리 4선발이 탄생했다. 올해 2억3000만달러(약 2442억원)라는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고도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LA 다저스가 우완투수 댄 해런(33)을 영입했다. LA 인근 헌팅턴비치에서 태어나 말리부에 위치한 페퍼다인대학을 나온 해런은 고향팀 다저스와 1년 1000만달러에 계약했다. 내년 시즌 180이닝 이상을 던질 경우 2015년에도 다저스에 자동으로 잔류하게 되는 옵션이 포함됐다.
해런은 2005년부터 7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지만, 2012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2년 연속 180이닝 이하를 던지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 시즌 초반 방어율이 6점대 이상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고, 6월에는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경험이 있어 이 같은 옵션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에 이어 4선발로 뛸 해런은 3차례나 올스타로 뽑힌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29승111패, 방어율 3.74.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검증된 투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에인절스 시절에는 팀의 에이스로도 활약했다.
해런의 영입으로 다저스 선발진에는 특급투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의 선수가 5명(커쇼·그레인키·조시 베켓·채드 빌링슬리)으로 늘었다. 부상으로 올 시즌을 일찍 마감한 베켓과 빌링슬리가 받은 연봉은 무려 2800만달러(약 297억원)나 되지만, 두 투수가 따낸 승수는 고작 1승에 불과하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영입된 리키 놀라스코가 4선발을 맡아 비교적 선전했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선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놀라스코 대신 3일 휴식을 취한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선 놀라스코가 등판했지만 4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카디널스는 4선발 조 켈리가 1승도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레인키와 2차례나 대등한 투수전을 펼쳤다. 특히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선 다저스 간판스타 핸리 라미레스의 옆구리에 시속 95마일(약 153km)짜리 강속구를 던져 갈비뼈를 골절시켜 카디널스가 월드시리즈에 나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1∼3선발을 보유하고 있지만, 믿음직한 4선발 없이는 월드시리즈 진출이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다저스 네드 콜레티 단장은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원한 놀라스코를 포기하는 대신 해런을 선택해 마운드를 보강했다. 콜레티 단장은 “올 스프링캠프 때도 선발 후보가 무려 8명이나 됐지만, 시즌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선발투수가 필요하게 됐다”며 “해런을 영입했다고 해서 선발투수 보강이 끝난 것은 절대로 아니다”고 강조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트레이드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일본인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의 영입전에도 뛰어들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데뷔 첫 해부터 14승을 따내며 신인왕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내년 시즌 3선발 사수를 위해 새로운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만약 부상을 당하거나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겪는다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4선발에게 연봉 1000만달러를 안겨주는 구단이 바로 다저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