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원정 때 실무자 동행 안해 FA컵 주관하면서 결승전 중계 파행 A매치데이 등 일정 짤 때도 일방적
“안녕하세요. A구단 B직원입니다.”
“그런데요?”
B씨는 축구협회에 전화할 때마다 상대방의 싸늘한 태도에 당황하곤 한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우리가 위니 너희는 따르라는 식의 고압적인 협회 태도에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축구협회는 ‘K리그가 한국축구의 젖줄이다’고 늘 외친다. 하지만 말뿐인 경우가 많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대표적이다.
챔스리그는 AFC 주관대회다. K리그 클럽이 원정 텃세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 축구협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클럽이 원정갈 때 협회 실무자가 동행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11월9일 중국에서 열린 FC서울-광저우의 결승 2차전 원정 때도 정몽규 회장을 수행하는 인원만 따라갔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변수는 대부분 구단, 프로연맹이 처리한다. 팀 원정 때마다 축구협회 직원이 최소 1명 이상 동행해 세심하게 챙기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FA컵 때도 구단들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FA컵은 협회 주관 대회다. 스폰서나 방송 중계 권리를 모두 협회가 갖는다. 올해 전북-포항의 FA컵 결승을 중계한 지상파 방송은 연장돌입 후 일방적으로 중계를 끊어 큰 원성을 샀다. 축구협회는 연장에 들어갈 경우 중계가 끊긴다는 사실을 알고도 홈 팀 전북에 경기당일 통보했다. 전북은 대응할 시간도 없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잠시 끊겼던 중계는 지상파 자회사인 케이블을 통해 마저 방송됐다. 전문가들은 “협회가 진작 구단에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함께 논의했으면 중간에 방송이 중단되는 파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경기일정을 짤 때도 축구협회는 ‘슈퍼 갑’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협회는 올해 A매치데이를 다 소진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 후에도 다 쓴다고 하더라. K리그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A매치데이는 FIFA가 공식적으로 정한 날짜니 그렇다 치자. 내년 FA컵까지 협회가 좋은 경기 일을 다 선점해 놨다는 말을 들으니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3월 취임한 정몽규 회장과 안기헌 전무이사는 모두 프로연맹 출신이다. 정 회장은 연맹 총재, 안 전무는 사무총장을 지냈다. 많은 구단들은 협회가 K리그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