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사태, 축구협회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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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7시 00분


박은선. 스포츠동아DB
박은선. 스포츠동아DB
횡령 직원에겐 위로금
선수 보호는 나몰라라

성별 검사 여부·적법성 밝혀야 할 직무도 유기


“제 식구도 감싸지 못하는 게 어른이 할 일인가요?”

한 축구인은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이 같은 지적을 했다. 전임 집행부에서 나온 일이지만 공금을 횡령한 비리 직원에게는 위로금을 주고, 정작 아껴줘야 할 선수는 나 몰라라 하는 게 축구협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박은선(27·서울시청·사진)의 성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조직은 미동조차 없다. 서울시청을 뺀 6명의 WK리그(여자실업축구) 감독들이 ‘박은선 출전 여부를 올 12월31일까지 판정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 보이콧 한다’는 결의를 공문화해 여자축구연맹에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지만 축구협회는 잠잠했다.

박은선 관련 기자회견(7일)이 열린지 3주가 흘렀다. 기자회견 때 서울시청이 “박은선이 2004년 (성별)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축구협회는 “담당자들에 확인해보니 검사결과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검사 시행여부가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 박은선과 그의 오랜 스승인 서정호 감독이 하지 않은 검사를 했다고 할 리 없다.

논란의 여지는 또 있다. 검사가 사실이라면 축구협회 행정은 비상식적이었다. 성별검사를 받을 근거가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1년에야 ‘성별 증명(Gender Verification)’ 규정을 발효했다. 국제 규정이 없던 7년 전에 왜 검사를 받아야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소속 팀, 선수 부모 동의 없이 검사한 이유 역시 확인해야 한다.

박은선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는 내년 1월 나온다. 서울시청은 이후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 사태를 주도한 6명의 감독들 중 2명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나머지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 중 여자연맹에 공문을 발송한 이는 축구협회 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축구협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해결의지 없이 미적거리면 여론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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